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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클릭 이 사건]장남이 치매 아버지 답변 유도, 뒤바뀐 유언장… 대법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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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유언장의 진실


5남매의 아버지인 A씨는 2006월 6월 자녀들을 불러모아 상속 재산에 대해 얘기했다. A씨는 자신의 농장에서 농사를 지어온 넷째 아들에게 보유 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토지를 물려주기로 하고, 나머지 자식들에게는 부동산 지분을 공평하게 나눠주기로 했다. 아버지의 결정에 장남인 B씨는 “한 명의 자식에게 아버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상속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바뀐 유언장, 장남에 소송 낸 아버지

장남의 반발에도 A씨는 2007년 '기존 약속대로 차남과 셋째 딸에게 C부동산의 지분 25%씩을, 막내딸에게는 기존보다 2배 많은 50%의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A씨는 2012년 돌연 입장을 바꿔 장남과 공증담당변호사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C부동산의 지분 50%를 장남에게 나눠준다'는 새로운 내용으로 두 번째 유언장을 작성했다. 이듬해 7월 장남은 아버지로부터 C부동산을 증여 받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그러나 두달 후 A씨는 장남을 상대로 "C부동산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소제기의 법률적 의미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갑자기 바뀐 유언장, 그리고 장남에게 물려준 부동산을 다시 돌려달라는 아버지. 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치매 증상이었던 아버지..法 "두 번째 유언장은 무효"

18일 판결문에 따르면 A씨가 두 번째 유언을 남기기 전 장남은 아버지를 찾아가 '재산이 불공평하게 분배됐다'고 토로했다. 당시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었던 A씨는 첫 번째 유언을 기억하지 못했고, 장남이 답변을 유도하면 그에 맞춰줄 뿐이었다. 몇달 후 장남은 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얼마 뒤 A씨의 주민등록 및 인감변경이 이뤄졌다. 변경된 인감은 장남에 대한 C부동산의 증여계약서 및 소유권이전등기에 사용됐다. 이에 A씨와 그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 셋째 딸은 장남을 상대로 "두 번째 유언장은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유언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최희준 부장판사)는 "A씨의 상태를 고려할 때 그가 두 번째 유언의 내용과 법률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버지와 딸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06년 6월부터 2014년 9월 재판 신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재산을 5남매에게 골고루 나눠주겠다'고 했고, 그가 첫 번째 유언의 내용을 바꿀 이유나 계기 등이 없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장남과 형제들 사이에는 재산상속을 둘러싼 다툼이 있었다"며 "이미 첫 번째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한 A씨가 다른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고 새로운 유언을 남겨 자식들 간의 분쟁을 촉발시켰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사리 수긍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8월 A씨는 운명을 달리했지만 장남의 항소로 소송을 이어받은 나머지 자식들과 장남 간에 상속 분쟁은 이어졌다.

서울고법 민사3부(심준보 부장판사) 역시 "두 번째 유언장을 내놓을 무렵 A씨는 치매 노인으로서 일상생활의 자립도가 완전 의존 수준이며 기억장애가 매우 심한 상태에 있어 보호자의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장남 B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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