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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우주팽창속도 찾아나선 중력파…최적 관측대상 천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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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엇갈리는 우주팽창속도(허블상수)

중력파 신호에서 정확한 값 구할까?

“중성자별-블랙홀 병합때의 중력파

검출된다면 정확한 허블상수 가능“

미 연구진, 시뮬레이션 결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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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지금 팽창 중’이라는 사실은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1920년대 말 은하들이 멀어지는 현상을 관측해 보고한 이래 수많은 관측 증거로 확인돼 이제는 상식이 됐다. 그런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을까?

허블의 이름을 따 ‘허블상수’로 불리는 우주팽창속도(단위 km/sec/Mpc)는 한때 관측그룹에 따라 50에서 500까지 큰 차이를 보였으나 2000년대 들어 허블 우주망원경과 플랭크위성 등의 관측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65~75 수준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변광성과 초신성을 관측해 얻은 허블상수는 72가량이며, 플랭크위성의 우주배경복사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우주론 모형을 통해 얻은 허블상수는 67가량으로 다르고, 그 격차는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정밀 우주관측 시대에 두 우주팽창속도의 ‘긴장’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우주팽창속도는 우주의 진화와 암흑에너지 해석 등을 다루는데에 중요한 값이다.

최근 중력파 연구자들도 허블상수, 즉 우주팽창속도 측정 연구에 뛰어들었다. 2016년 우주에서 날아온 중력파를 사상 처음으로 검출해 중력파로 우주를 보는 이른바 ‘중력파천문학’의 시대를 연 연구자들은 제3의 독자적인 방법으로서 중력파 신호를 분석해 정확한 우주팽창속도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최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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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우주팽창속도, 중력파가 해결해줄까? (한겨레, 2018.05.07)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43533.html

이런 가운데, 한걸음 더 나아가 우주팽창속도를 구하는 데에 가장 좋은 중력파 신호는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병합 사건’에서 올 것이라는 예측과 주장이 나왔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학의 천체물리학 연구진은 중력파천문학이 허블상수 측정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초고밀 천체인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병합하는 우주 사건에서 방출되는 중력파를 포착한다면 가장 정확한 우주팽창속도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논문은 물리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렸다. 이런 주장은 우주팽창속도 측정의 타깃을 중성자별-블랙홀 병합 사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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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체 우주팽창속도를 구하는 데 중력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우주팽창속도를 측정하는 데에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값이 필요하다. 먼저 관측 대상인 천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 ‘거리’를 알아야 한다. 또한 그렇게 거리 정보가 알려진 천체에서 날아오는 빛(전자기파)을 포착해야 한다. 전자기파의 스텍트럼에서는 물체가 후퇴할 때 나타나는 이른바 ‘적색편이’ 값을 얻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런 거리와 적색편이(후퇴속도) 정보를 이용하면 허블상수를 구할 수 있다. 그동안 천문학에서는 거리 추산이 비교적 쉬운 변광성과 초신성을 징검다리 기준으로 삼아 더 먼 초신성의 거리를 구하는 방식으로 아주 먼 천체의 거리를 확정하고서 거기에서 날아오는 전자기파를 분석해 우주팽창속도를 구했다. 그런데 관측기술이 정밀해진다 해도 이렇게 징검다리의 추산 기법을 쓰다 보니 아주 먼 천체의 후퇴속도를 구하는 데엔 값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력파는 징검다리 방식의 추산 없이도 중력파 신호 그 차체를 직접 분석해 중력파가 발원한 천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거리’의 값을 구하는 데 중력파는 매우 쓸모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에서 검출된 중력파의 파형 특성을 분석하면 중력파의 발원지인 천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 ‘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와 함께 그 천체에서 날아오는 빛(전자기파)이 동시에 따로 관측된다면, 그 적색편이 값을 얻을 수 있을 테고, 따라서 우주팽창속도를 구할 수 있게 된다. 즉, 중력파 신호는 망원경으로는 얻을 수 없는 우리 은하 바의 아주 멀고 먼 천체의 거리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정확한 우주팽창속도를 구하는 데에 유용한 데이터가 된다.

실제로 중력파를 이용해 허블상수, 즉 우주팽창속도를 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17년 두 중성자별들의 병합 사건에서 발원한 중력파를 검출했을 때, 운좋게도 병합 사건의 빛(전자기파)도 동시에 따로 관측되었는데, 이런 두 신호를 바탕으로 중성자별들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계산해내어 허블상수를 구한 적이 있다. 당시에 계산된 값은 플랑크위성의 허블상수 67과 허블 망원경의 허블상수 72의 중간인 70이었으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신뢰하기 힘든 것으로 평가됐다. 72와 67 사이의 긴장은 종결되지 못했다. 결국에 더욱 분명한 신호를 주는 중력파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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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물리학회(APS)가 운영하는 물리매체 <피직스>의 해설기사와 매사추세츠공대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연구진은 중력파 신호가 우주팽창속도 측정에 기여할 수 있는 조건을 이론 모형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했다. 그 결과에서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짝을 이루어 회전하며 접근하다가 병합하는 사건(NSBH)이 일어날 때의 중력파가 중성자별들끼리 병합할 때보다 더욱 정확한 거리 값을 알려줄 수 있고, 따라서 더 정확한 허블상수를 구하는 데에 최상의 신호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결론을 얻었다. 2016년 이래 지금까지 지상에서 검출된 중력파 신호들은 블랙홀-블랙홀의 병합이나 중성자별-중성자별의 병합 때 생성된 것들이며, 중성자별-블랙홀 병합의 중력파는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중성자별-블랙홀의 병합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중성자별-중성자별 병합 사건에 비해 5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만일 실제로 그 신호가 검출되고 그 병합 사건에서 비롯한 빛(전자기파)이 동시에 따로 관측된다면, 훨씬 더 정확한 허블상수 값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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