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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반경 500m내 편의점 36개…최저임금보다 무서운 과밀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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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편의점 전국 4만개, 인구 2배 '편의점천국' 5만개 일본 위협...프랜차이즈 출점경쟁등 과밀구조 해소해야]

머니투데이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건물 1층에는 동일한 브랜드의 편의점이 2개 있다. A매장은 북쪽에, B매장은 서쪽에 출입구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담배부터 식음료 구성까지 동일하다. A매장 관계자는 “한 곳은 오피스텔용이고 다른 한 곳은 상가건물에 구분돼 각각 점포를 내줬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B매장이 같은 1층임에도 허가를 내준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맞은편 매장”이라고 토로했다. A매장 맞은편 건물에는 같은 브랜드의 C매장이 있다. A와 C매장의 거리는 불과 30m다. C매장 관계자는 “본사가 저렇게 입점 허가를 내준다”며 “최저임금 인상이야 내가 몸으로 때우면 되지만 저런(주변 매장 입점)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임금 지급능력 문제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과도한 입점경쟁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스스로 충분한 준비 없이 과밀경쟁 시장에 뛰어든 것도 임금 지급능력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7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반경 약 500m 내 있는 편의점을 조사한 결과 36개가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에서 언급된 것처럼 같은 건물에 같은 브랜드가 입점하고 150m 내 3개 동일 브랜드가 줄지어 있기도 했다.

이처럼 편의점이 밀집한 이유는 점포간 거리규정(250m)을 무력화하는 예외조항 때문이다. 왕복 8차선 도로, 대학이나 병원 같은 특수상권,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등이 있는 경우 거리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기존 점포의 동의가 있을 경우 출점제한이 해제되는데 이 과정에서 본사의 회유나 압력을 받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숙박·음식점업의 과밀현상에 따른 어려움도 심각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서울시 기준 숙박·음식점업의 소상공인 연평균 소득은 1845만원으로 3인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1620만원을 조금 넘는다. 무엇보다 같은 업종의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임금 2160만원보다 낮다. 근로자보다 낮은 수익을 거두는 숙박·음식점 소상공인의 비율은 68%에 달한다. 이중 일을 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비율도 4.8%로 나타났다.

근로자와 사업주의 임금 역전현상은 한번 입소문을 타면 특정 업종에 몰리는 생계형 창업 풍토와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편의점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는 5만개의 편의점이 있다. 일본 인구의 절반도 안되는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는 4만개다. 단골 창업메뉴인 치킨집도 4만개에 달한다. 브랜드 경쟁과 배달비용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

소상공인 과밀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생계형 창업의 지원을 줄이고 상권정보시스템이나 상권분석시스템을 연계해 예비창업자에게 충분한 업종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인우 중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창업촉진은 필요하지만 과밀화를 심화시키는 생계형 창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지양해야 한다”며 “생애주기와 소득수준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 과밀업종에 대한 정보를 시스템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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