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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자영업자들의 기특한 녀석, 다마스와 라보… 2년후엔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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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한국GM은 지난 2월 군산 공장 폐쇄 발표 후 지난 5월 노·사·정 합의에 이르기까지 석 달간 격랑의 시기를 겪었다. 상반기 내수 판매는 4만2497대로 전년(7만2708대)이나 재작년(8만6779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런 혼돈기에도 판매량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차량이 있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다. 두 모델은 지난 상반기 각각 1900대, 1933대가 팔렸다. 절대량이 많진 않지만 작년 동기 대비 감소율이 13%, 15%에 그쳤다. 주력 모델 스파크와 말리부가 각각 30%, 69% 감소한 것에 비하면 선전한 셈이다. 누가 다마스와 라보를 샀을까? 차체가 동일한 형제 모델인 두 차의 특별한 스토리를 알면 고정 수요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1년부터 창원 공장에서 생산해온 다마스와 라보는 각각 밴, 트럭 형태의 상용차다. 하지만 배기량은 800㏄로 경차에 속해 상용차로는 유일하게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연료비가 저렴한 LPG를 사용한다. 두 차량 모두 각종 세금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800만~1000만원 수준이다.

적재량은 웬만한 SUV보다 낫다. 다마스는 450㎏, 라보는 550㎏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다마스는 주로 꽃집이나 세탁소 주인, 퀵 서비스 업체 등 자영업자들에게 인기다. 라보는 푸드 트럭이나 공사장 등에서 쓰인다. 다마스는 스페인어로 '친한 친구', 라보는 그리스어로 '일하다'는 의미다. 이름 그대로 소상공인의 곁에서 열심히 일하는 친구가 돼준 셈이다.

그러나 다마스와 라보는 강화된 안전·환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단종 위기에 처해 있다. 두 차는 이미 지난 2013년 말 한 차례 단종될 뻔했다. 의무 장착해야 하는 에어백, 헤드레스트, TPMS(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 OBD-2(배기가스 자가 진단장치) 단자 등이 없었던 것이다. 이때 세탁업협회와 대리운전협회 등 전국 소상공인 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들의 청원으로 안전·환경 규제 적용은 2019년 말까지 유예됐다. 대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 속도를 시속 99㎞로 제한하는 장치를 달았다.

2020년이 다가오면서 두 차는 결국은 단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차에는 TPMS와 OBD-2 단자가 탑재됐지만, 에어백과 헤드레스트는 없다. 한국GM 관계자는 "다마스·라보의 설계도가 평면 형태로 돼 있는데, 설계 변경을 하려면 이를 3D로 바꾸고 연구·개발도 다시 해야 한다"며 "수익성에 비해 비용이 높아 더 이상은 생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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