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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유사 SK이노베이션, 이젠 화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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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정유 시설 중심인 SK에너지 인천 콤플렉스에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정유 시설을 늘린 게 아니라 화학 설비에 투자한 것인데 이를 계기로 인천 콤플렉스는 연간 130만t의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생산 시설로 거듭났다. 같은 해 SK이노베이션은 JXTG(당시 JX에너지)와 각각 9363억원을 투자한 울산아로마틱스(UAC)를 출범시키며 PX 생산 능력을 국내 1위, 세계 6위로 끌어올렸다. PX는 원유나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정제해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석유화학 원료로 합성섬유나 페트병의 기초 재료다. 중국을 중심으로 PX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후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SK이노베이션, 정유 넘어 화학 기업으로 도약

SK이노베이션이 기존 정유 사업을 넘어 화학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을 신설, 그해 37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간 23만t의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넥슬렌'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조6683억원을 투자했다. 해외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 2013년엔 중국 시노펙과 합작해 중국 우한에 아시아 기업 최초로 중국 NCC (나프타크래커) 사업에 진출했다. 3조3000억원(SK이노베이션 투자액은 1조1550억원)을 투자해 연간 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합작 회사인 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냈고 4년간 1조6000억 수익을 올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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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도 SK종합화학을 통해 미국 다우사(社)의 고부가 화학제품군인 EAA(에틸렌아클리산)와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을 인수하는 데 3000억원 넘게 투자했다.

정유사의 변신… 화학사업 확장 트렌드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정유사의 화학 사업 진출과 투자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최근 엑슨모빌시노펙 등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도 화학제품 설비 확충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2010년 760만t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가졌던 세계 최대 정유사 엑슨모빌은 2020년까지 10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노펙도 700만t 수준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900만t으로 끌어올린다. 국내 정유사도 마찬가지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5월 롯데케미칼과 함께 현대케미칼을 설립, 2조7000억원 규모의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GS칼텍스도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2조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 시설(MFC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내년 착공해 2022년 상업 가동이 목표다.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는 하반기 상업 가동이 시작된다.

안정적 수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정유사의 변신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방편이다.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정유 사업은 국제 유가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실적 부침(浮沈)이 심하지만, 고부가가치 화학 사업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국제 유가가 폭락하자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3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LG화학 등 순수 화학사들은 약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4년 SK이노베이션은 37년 만에 적자(연결기준)를 냈는데 석유 사업이 9990억원 손실을 냈다. 하지만 그해에도 화학 사업은 3592억원 영업 흑자를 내는 등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3조2344억원)을 기록할 때 화학 사업은 1조3773억원으로 42.6%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리 투자를 진행한 2011년 이후 화학 사업은 올 1분기까지 누적 6조원가량을 벌어들였다"며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군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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