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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그 회사 CEO는 왜 직원들이 회사에서 울수 있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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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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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99] "프로(프로페셔널)답게 행동하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에는 실력을 쌓는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아가 일을 할 때 개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감정을 가진 존재다. 일을 할 때 화나는 일과 속상한 일이 생긴다면 울고 싶어질 때도 분명 있다. 이럴 때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개 사람들은 꾹 참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회사에서 개인 감정을 보이지 않고 '프로답게 행동하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체험마케팅 회사 카탈리스트 크리에티브(CatalystCreativ) 최고경영자(CEO)인 아만다 슬라빈(Amanda Slavin)이 최근 경영전문지 앙트프레너에 '내가 맡은 업무고, 울고 싶을 때 울 것이야(It's My Job and I'll Cry If I Want to: The Case for Showing Emotions in the Workplace)'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슬라빈 CEO는 우선 현 시대 직장인들은 자기 본 모습을 전부 회사에 가져오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단순히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통합(work-life integration)을 바란다." 개인 감정을 집에 두고 와 회사에서 감정 없이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개인 감정을 배제한 채 회사에 나오는 것에 단점은 분명 있다. 우선적으로 직원들 건강에 좋지 않다. 또한 직원이 자신의 모습을 완전하게 보이지 못하는 조직문화에서 일을 한다면 업무에 몰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직원 이직률은 높아질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슬라빈 CEO는 기존 직장생활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정반대되는 조언을 했다. 바로 회사에서 사람들이 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회사에서 울어도 된다'고 CEO가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실제로 직원이 울었을 때 이를 진짜 포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슬라빈 CEO는 본인 경험을 본보기로 회사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렸다.

작년 휴가철 슬라빈 CEO와 그의 직원들은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휴가철이라) 고객사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바람과는 달리 슬라빈 CEO와 직원들은 고객사 요청에 일에 파묻히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휴가 계획과는 달리 매일 늦게까지 야근한 슬라빈 CEO의 화는 쌓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그의 건강은 망가졌다.

휴가 주간이 지난 다음날 회의에서 슬라빈 CEO는 전 직원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고, 이때 우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필요했던 휴가가 '날아갔다'는 것에 공감했고, 다음 휴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슬라빈 CEO 모습을 본 직원들은 그를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을 했다. 그 후 고객사들을 만족시키는 결과가 나왔고, 슬라빈 CEO를 포함한 전 직원들은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까. 슬라빈 CEO는 당연해 보이지만 막상 실행하기 힘든 조언을 내놓았다. 바로 직원들의 감정표현을 북돋우는 것이다.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개인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는 의미다. 예로, 새로운 고객사가 확보되었을 때는 전 직원이 모여 이를 기뻐하는 시간을 갖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직원들이 짜증을 부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우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는 방법도 있다.

힘들지 않은 직장은 없다. 직원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감정표현까지 못하게 막는다면 문제가 커진다.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램지 메디컬 센터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디(William Fredy)의 연구에 따르면 눈물에는 프로락틴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포함돼 있기에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유발 화학물질을 몸에서 분출할 수 있다.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니 리더들은 직원들이 감정을 억제하며 프로의 모습을 보이라고 하는 대신 직원들이 울음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리고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진정한 실력 있는 프로가 되도록 돕는 것이 어떨까.

[윤선영 기업경영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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