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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각대장’ 푸틴에 트럼프 지각 응수… 회담 50분 늦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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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서 정상회담

영원한 적이나 동맹은 없고, 오직 경쟁자만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마침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까지 닿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6일 헬싱키의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단독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단독회담 전 모두 발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두 강력한 국가의 관계, 세계의 여러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대화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아주 많은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는 무역과 군사, 미사일과 핵, 중국 문제 등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우리가 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끝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세계 2대 핵강국이다. 이건 좋지 않다. 나쁜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양국 핵무기에 대한 감축 시도를 내비쳤다. 이후 두 정상은 통역만을 대동한 채 예정됐던 90분을 넘겨 일대일 밀실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오후 1시 20분으로 잡혀 있던 두 정상의 만남은 예정보다 50분 늦은 오후 2시 10분에야 이뤄졌다. 회담에 앞서 ‘기 싸움’을 벌이기라도 하듯 두 정상 모두 예정시간보다 늦게 회담장에 도착했다. 평소 회담 상대를 기다리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오후 1시가 되어서야 헬싱키 공항에 착륙했다. AP통신은 “푸틴의 외교석상 지각은 2000년부터 이어져 온 습관”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헬싱키에 도착해 호텔에 머물고 있었지만 푸틴 대통령의 지각을 감안해 움직이기라도 한 듯 그가 회담장에 도착한 지 20여 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강한 악수를 시도하지 않았고, 두 정상 모두 웃음기 없는 긴장한 표정이었다.

두 정상은 이날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뒤 측근들이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 및 오찬 등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핵무기 감축, 시리아와 중동 정세,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 그동안 양국이 첨예하게 다퉜던 이슈들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경제협력 발전 방안, 세계 핵무기의 92%를 차지하는 양국 핵무기 감축 방안 등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의제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케케묵었던 ‘난제’들이라 당장 세계 질서를 뒤흔들 만한 파격적인 협의가 나오지는 않았다.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한 난제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모두 개입돼 있고, 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돈이 많이 드는 시리아 내전에서 빠지고 싶다”며 시리아에 파병된 2200여 명의 미군을 빼내려는 속내를 수차례 드러냈었다.

북핵 관련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회담 시작 전 “시리아 내전 해결 방안이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미-러 양자 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 발전 방안 역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전 세계의 이목이 더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푸틴은 적이 아닌 경쟁자”라며 러시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카이로=서동일 dong@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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