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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극장, 유튜브로…개그맨들의 무한확장 “여기 저기서 웃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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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TV밖으로 나온 코미디언들

스탠드업·만담·19금까지 ‘극장에서’

콩트·신인 위주 공개 코미디 탈피

중견급 모여 전용 극장 만들어

TV와 달리 심의·소재 제약 벗어난

‘속 시원한 주제’로 관객들 찾아가

뭐든 다 보여드립니다 ‘유튜브에서’

뷰티·게임·일상·먹방 등 장르불문

‘개인채널’서 솔직한 매력 보여줘

‘비밀보장’ 성공도 가능성 인식 계기

저작권 등 현실적 문제도 이탈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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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코미디 전용 극장 ‘제이디비(JDB) 스퀘어’에는 생소한 광경이 펼쳐졌다. <개그콘서트>에서 콩트를 선보이던 유민상과 박영진이 마이크 하나 달랑 들고 무대에 섰다. ‘19금’부터 몸에 관한 농담까지 그들의 ‘적나라한’ 이야기를, 관객들은 맥주와 감자 칩을 입에 넣으며 즐겼다. 코미디 기획사 제이디비가 극장 개관과 함께 6일 선보인 <옴니버스 스탠드업 코미디쇼>다. 제이디비를 이끄는 코미디언 김대희는 “스탠드업을 시작으로, 만담, 슬랩스틱 등 다양한 코미디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공개 코미디가 인기를 끌면서 십여년간 ‘티브이 맞춤형 콩트’를 생산해냈던 코미디들이 다른 길을 닦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싹튼 움직임은 코미디 전용 극장뿐 아니라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넓히며 최근 무한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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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만담, 19금…극장으로! 코미디언들의 티브이 밖 창작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극장이다. 박영진과 유민상 외에도 정재형과 김민수 등도 <스탠드업 라이브 코미디쇼>(코미디 헤이븐)를 하고 있다. 윤형빈과 박휘순 등은 어른들을 위한 19금 코미디쇼 <홍(대)콩(트)쇼>(윤형빈 소극장, 8월10일부터)에 도전한다. “당신 마음속의 음란마귀를 꺼내라”며 티브이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야한 이야기들을 속 시원하게 펼친다. 권재관과 조윤호는 <올댓코미디>(제이디비 스퀘어 7월27일부터)로 만담, 콩트 등을 선보인다. 신봉선, 김준호 등도 무대에 설 예정이다. 콩트 위주로 티브이의 연장선이었던 초창기 극장 코미디와 달리 소재도 대상층도 다양해지며 코미디는 극장에서 비로소 제 모습을 찾고 있다. 김준호는 “극장에서는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극장이 활발해져야 코미디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공개 코미디에 식상해진 시청자들도 반긴다. <옴니버스…>는 첫날 120석이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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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도는 코미디 전용 극장이 활발해지면서 가능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코미디 전용 극장은 10~15개 정도로, 서울 대학로 중심을 벗어나, 경북 청도, 부산 등 전국에 자리하고 있다. 코미디 전용 극장은 2000년대 초 한 차례 붐이 일었지만, 티브이에 내보내기 전 검증 차원이 많아 코미디 프로그램과 생사를 같이할 수 밖에 없었다. 윤형빈 소극장에 이어 제이디비 스퀘어가 개관하면서 코미디 시장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견 코미디언은 “전용 극장이 있으니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방송사가 코미디언을 뽑아서 키웠다면, 일본처럼 극단이 인재를 발굴해서 키우고 티브이로 진출시키는 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윤형빈이 이끄는 윤소그룹이 만든 ‘개그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돌 그룹’ 코쿤이 7월 데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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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게임, 먹방…유튜브로!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식도 올해 들어 급속히 늘었다. 유튜브에 계정을 만들어 자신만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보이는 코미디언들은 수십명에 이른다. 유튜브 쪽은 “공식 집계는 불가능하지만, 최근 들어 이홍렬, 이수근, 김지민 등이 진출하는 등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극장 코미디와 달리 개인 관심사 등에서 비롯된 콘텐츠가 많다. <홍윤화 김민기 꽁냥꽁냥>으로 커플인 두 사람의 데이트 과정 등 일상을 올리는 홍윤화는 “우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민상과 김기열은 취미인 게임방송 콘텐츠를 올리고, 최근 계정을 만든 이홍렬은 키우는 강아지 <풀벌 이야기>를 내보낸다. 10년 넘게 모은 모형인형이 150개에 이르는 이상훈도 모형인형 리뷰로 구독자가 10만 가까이 된다. 뷰티 재능을 살린 <예살그살>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기수는 유튜브 간담회에서 “대본이 아닌 내 진짜 매력을 100% 발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수근도 최근 당구 등 스포츠 대결을 하는 <우리들만의 리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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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솔직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코미디언의 영역도 확장한다. 먹방, 리뷰, 체험 등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좋아서 하는 채널>로 구독자가 15만에 이르는 강유미는 유튜브 간담회에서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다 보니 ‘사람 강유미’에 대해 호감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늘어 방송할 때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방송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 덜 알려진 개그맨들도 유튜브에서는 자신의 끼를 마음껏 뽐내면서 재평가받는다. 손민수, 임라라가 운영하는 <엔조이 커플>은 ‘엘리베이터에서 방귀 뀐 뒤 반응 보기’ 등 비(B)급 감성이 듬뿍 든 콘텐츠로 구독자 수가 60만명을 넘어섰다.

송은이와 김숙이 팟캐스트로 시작한 <비밀보장>이 지상파 방송으로 진출하며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자, 모바일 콘텐츠는 비즈니스 모델로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제이디비는 지난해 여름 작가 2명, 피디 4명 등으로 구성된, ‘웃음개발본부’라는 유튜브 영상팀을 따로 꾸렸다. <얼간 김준호>, <민경장군> 등 7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웃음개발본부 이강희 작가는 “지금은 개인의 관심사 등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지만, 팬층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시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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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자극됐다 코미디언들의 무한확장은 그들의 현실적 고민과도 닿아 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코미디언들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 중견 코미디언은 “내 아이디어인데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게 티브이 밖으로 걸어 나온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콩트 위주이고, 심의 등의 제약으로 보편타당한 개그를 선보여야 하는 등 티브이 코미디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게 했다. 그래서 이들은 공연 수입이나 조회 수익이 미미함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한다. 바닥부터 시작해 코미디 기획사를 차리고, 전용 극장까지 내는 등 성과를 낸 김준호는 “코미디언은 콩트만 해야 하는 것처럼 돼버린 게 아쉽다”며 “극장과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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