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커버스토리]‘문턱’ 낮아진 정신과…알고 보면 안 무섭답니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증상은 시대의 거울…예전엔 정신증, 요즘엔 우울·불안 신경증 많아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병원이 진료비를 할인해준다고 찾아갈 곳은 아니다. 그래도 싸면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고가’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라면 어떨까.

“진료비가 싸진 거예요? 4600원만 내면 된다고요?” 7월1일부터 정신요법 건강보험 수가개편 및 본인부담 완화정책 시행으로 정신과 진료비가 최대 40%까지 낮아졌다. 지난 4일 찾은 서울 구로구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접수대에서는 저렴해진 진료비를 확인하는 환자들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 김진세 원장은 “3000원 깎인 덕분에 (환자들이) 너무 행복해하신다”고 전했다. 동네 의원에서 기본적인 10분 미만의 상담을 받을 때 7500원이던 진료비가 4600원으로 줄었다.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조사(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13.4%가 ‘치료비가 얼마나 들까 걱정되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가 13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잖아요. 자살의 80%는 우울증에서 비롯됩니다. 2016년 사망원인(통계청)을 보면 자살이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에 이어 5위입니다. 10~30대에서 1위, 40~50대에서 2위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우리나라는 항우울제 사용률이 세계 최하위권입니다. 그만큼 정신과를 안 찾는다는 거죠.”

이번 본인부담금 인하는 정신과 의사 20년차인 김 원장이 겪은 큰 변화 중 하나다. 지금껏 정신과의 역사는 편견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명인의 자살 사건 때 우울증, 스틸녹스(수면제) 등 정신과 관련 키워드가 대중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 일색이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킨 주인공 역시 유명인이었다. 2012년 1월 방송인 이경규씨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공황장애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구라, 정형돈, 정찬우씨 등 스타들의 공개가 이어지며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을 넘어 ‘대중적인’ 질환이 됐다.

공황장애 환자는 2013년 9만3098명에서 2017년 14만494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명인의 자살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가 있듯, 유명인들의 투병 경력 공개와 함께 정신질환이 대중에게 익숙해진 것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울에서 불안으로, 증상은 사회의 거울

환자들의 증세는 사회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정신과 의사는 앉은 자리에서 시대의 흐름을 본다. 과거에는 “안기부에서 나를 도청한다”던 망상 증상이 요즘은 “누군가 내 컴퓨터를 해킹한다”로 바뀌었다. 정신과 질환은 크게 정신증(정신병)과 신경증(신경병)으로 나뉜다. 김 원장은 과거에는 환청과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정신증이 훨씬 많았다고 했다. MBC 뉴스 스튜디오에 난입한 남성이 앵커의 마이크에 대고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라고 말한 초유의 방송사고가 발생한 해가 1988년이었다.

김 원장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신경증인 우울증이 증가했고, 2010년대부터는 불안증이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불안증에는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단순공포증 등이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도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우울증을 앓기도 합니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지나고서 한숨 돌리나 했는데, 또 다른 위협을 만납니다. 안전에 대한 염려, 취업 걱정 등은 결국 불안을 불러오죠.”

걱정을 달고 살고, 불안을 많이 느끼며 늘 긴장하지만, 이를 병증으로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예민한 편이라 여긴다.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보니 대인관계가 쉽게 무너진다. ‘유리멘털’ ‘(쉽게 죽는) 개복치’라며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4명 중 1명에게 불안장애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신과에서 불안의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화병, 불면 등으로 이행되기 때문이다. 2017년 불안장애 환자 수는 63만3862명으로 조사됐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제성장에 소외된 박탈감과

안전 염려 등이 우울·불안의 원인

방치하면 화병·불면 등 이어져

“4명 중 1명 불안장애” 연구도


정신질환에는 성별, 세대차도 있다. “소극적이며 말수가 없는 성격을 두고 과거에는 ‘여성적’이라거나 ‘현모양처감’이라고 옭아맸습니다. 이런 분들이 남편 앞에서 자기표현을 못하고 주눅 들어 살아도 그것이 정상적인 삶의 패턴이라고 여겼죠. 그러다 결국 화병이나 우울증이 됩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더 이상 소극적인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어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극적인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 과거에 정신과 질환이 생존의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삶의 질 측면에서도 간과할 수 없죠.” 정신질환은 조기 개입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늦어질수록 만성화되고 기능 장애가 심각해질 수 있다.

“우울증의 경우 여성이 4배 정도 많습니다. 감정의 병이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민하다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아요. 행복을 느끼는 감도도 여성이 훨씬 높으니까요.” 연령별 차이도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 과거에는 오줌싸개라 불리는 배뇨장애가 많았다면 요즘은 과잉행동주의력 장애(ADHD)가 대세다. 청소년기는 집단따돌림, 대학생들은 자존감 문제로 정신과를 찾는 비중이 높다.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는 ‘결정 장애’다. 이는 정확한 병증은 아니다. 강박증 혹은 불안장애를 가진 이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중년 여성은 우울증이 흔하다. 수면장애 등 2차적인 증상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중년 남성 환자가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다. 남성의 심리적 갱년기는 지난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한 것 같은 헛헛함으로 온다. 김 원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지키는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최근 주목하는 문제는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삶이 녹록지 않아져서 스트레스는 독해지는데, 이를 극복할 만한 대응 전략은 과거보다 취약해졌다. 청년층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는 경향이 있고, 중장년층에서는 이를 무시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대면 관계가 아닌 온라인상의 관계도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시대다. 충동조절장애, 대인관계 관련 문제를 상담하는 이들도 늘었다.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 보는 것은 이 같은 흐름 덕분이다. 출입을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정신과의 문턱을 넘는다. 친구들이 돈을 모아 생일선물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해준 사례도 있다.

■ 어떤 정신과 찾을까

온라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 ‘정신과 추천 좀 해주세요’이다. 한 온라인 사용자는 ‘퀴어 프렌들리(성소수자 친화적인)’ 정신과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타 영역에 비해 베스트셀러 작가나 방송 활동이 활발한 ‘스타’가 많은 만큼 정신과 의사의 인지도가 병원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저는 집이나 직장 근처 정신과를 가시는 게 가장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정신과 문제 중 많은 경우가 만성화거든요. 그만큼 자주, 길게 다녀야 하는 만큼 접근성이 좋아야 합니다. 또 긴 시간 상담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환자가 적은 곳을 가시라고 권합니다. 정신과 치료는 굉장히 개별적이라 환자와 의사의 합이 맞아야 합니다. 진료를 받아도 진전이 없다면 병원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한민국 정신과가 어려운 이유는 점집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약 15%가 정신과 이외의 의사, 종교인, 침술사, 한의사, 기타 항목에 √표시를 했다. 정신과 방문을 꺼리는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또 다른 아이러니다. 불안사회 대한민국에서 ‘상담’ 이벤트가 흥하고 있다. 연예인, 작가, 설치미술가도 상담가로 나선다.

“상담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리가 안된 느낌입니다. 부동산에서, 은행에서 하는 것도 상담이죠. 내 문제를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해답을 얻는 과정인데, 순수한 의도의 멘토링과 정신과 전문가의 상담은 다르게 바라봐야 합니다.”

흔히 혼동하기 쉬운 것이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가의 차이다. 김 원장은 “정신과 의사는 ‘질병’을 다루고 심리상담가는 기본적으로 ‘문제’를 다룬다”고 정리했다. 상담치료뿐만 아니라 뇌 영역과 신체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이 정신과가 일반 상담심리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정신과 의사는 ‘질병’ 다루고

심리상담가는 ‘문제’에 집중

대부분 질환 만성화하기 쉬워

집·직장 근처 병원이 좋아


요즘은 일상적인 상담을 위해서도 정신과를 찾는다. ‘정신적 피해 보상’에 대한 개념이 진료실로 들어온 것도 변화 중 하나다. 층간소음, 집단따돌림, 물리적인 폭력 없는 부부싸움 등으로 인한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 원장은 피해보상 절차를 위한 증거로 진단서를 발급받으려면 개인병원보다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찾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특히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정신감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때 입원관찰을 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에는 우울증이 가장 질병부담(Burden of Disease·삶의 질에 가장 악영향을 주는 질환)이 높은 질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 정신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은 우울증 치료를 독려하기 위해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쓴다. 김 원장은 “흔하다는 의미에서 감기라는 표현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감기라고 하니까 치료를 안 받아도 낫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감기도 취약한 사람이 걸리면 폐렴으로 커지거나 여명을 단축시키기도 하잖아요. 우울증도 취약한 사람이 있습니다. 만성적으로 오래 앓는다거나 주변에서 도와주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거나, 병 자체가 위중하면 빨리 진행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땐 적극적으로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의욕상실’ ‘유난히 기운 넘침’ 내 안의 모순…“성격이 예민하고 무던해요?” 아이고, 쥐구멍 어딨지

정신과 진료 직접 받아 보니

경향신문

불면의 새벽을 보낸 지 어느덧 두 달, 지난밤에도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내내 몽롱했다. 기사를 핑계 삼아 생애 첫 정신과 의원의 문턱을 넘기로 했다. 김진세 원장의 조언에 따라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연륜이 있는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의원을 물색했다.

접수대에 가서 사전에 전화로 예약한 이름을 밝히자 ‘진료를 위한 기초 자료’라고 쓰인 설문지를 건넸다. 이름, 직업, 종교, 최종 학력, 결혼 상태부터 내원 사유(증상), 과거 치료 경력, 과거에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병, 복용하고 있는 약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내원 사유에 ‘불면’이라고 썼다. 뒷면에는 지난 1개월간의 증상, 지난 1년간의 생활 패턴에 대한 25가지 질문이 있었다. ‘의욕 상실 및 즐거움의 상실’, ‘기분이 붕 뜨거나 유난히 기운이 넘침’에 O표시를 했다. 본능에 충실한 답을 하다 보니, 답변 자체가 모순이다. 숙제를 마친 심정으로 접수대에 설문지를 제출하자, 간호사가 혈압을 재라고 했다. 대기실에는 두 명의 환자가 앉아 있었다. 2분 정도 지나자 ‘1번 진료실로 들어가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안경을 쓴 중년의 오동재 원장(미소의원)은 인사를 나눈 뒤, “불면증 때문에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두 달 전 장기 출장을 다녀온 뒤 잠을 설치는데, 그 이유는 시차와 기사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참으로 장황하게 전달했다. 민망함에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오 원장은 “본인 생각 얘기하시면 돼요”라며 기자가 볼 수 있는 각도로 세워진 모니터에 진료카드를 띄워놓고 상담 내용을 받아 적었다. 공연히 쫓기는 마음에 두서없이 말하는 기자와 달리 오 원장은 느긋했다. “힘들었나 보군요. 스트레스 받고 예민해지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어요”라는 추임새가 긴장을 확 풀어놓았다.

“성격이 예민하면서도 무던해요?”라는 질문에는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웃음으로 무마하려 들자 “본인 성격은 본인이 잘 알죠. 남들은 뭐라고 해요?”라고 다시 물어왔다. “딱히 믿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O형 같은 B형이라고 해요”라고 시시껄렁한 혈액형 성격을 들먹이자, 오 원장은 “정신과 의사들은 혈액형 성격 얘기를 싫어해요”라며 웃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5가지 성격 유형이 있다며 <성격의 탄생>을 펼쳐서 보여줬다. 그것도 잠시 오 원장은 ‘의욕 상실’로 표기한 부분으로 넘어갔다. “언제부터 그랬어요?”라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회사 업무며 요즘 고민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이야기는 어느새 기타노 다케시가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말한 가족으로 흘러갔다. “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돼요”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놓고 있었다. 불과 15분 사이에 오 원장은 ‘절친’보다도 나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됐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불면증 길어지면, 햇빛 많이 쬐고 수면 수칙 지키세요”…30분 상담 2만7900원, 생각보다 괜찮네?

경향신문

질문의 시간이 끝나고 정리의 시간이 왔다. “일시적인 불면일 수 있지만, 4월부터 지속됐다면 걱정이 되네요. 시차적응은 보통 1~2주면 회복돼야 하거든요.” 햇빛을 많이 쬐고 당분간은 커피, 술, 카페인, 초콜릿 등을 끊거나 줄일 것을 권했다. 잠이 안 오면 술에 의지하기도 하는데 술이 깰 때쯤 잠이 깰 수도 있다. 또 중간에 잠에서 깨더라도 시계를 보지 않는 게 좋다.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또 긴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원장은 수면 수칙이 담긴 종이를 건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가서 수면 일기를 한 번 써 보세요.”

낮시간에 사무실에 앉아 있기 힘들다는 호소에 오 원장은 습관성이 없는 수면제 처방은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불면증 치료는 수면 수칙(사진)을 지키는 것에 원칙을 두고 있어요. 약은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용량이나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기자가 처방받은 수면제는 용량이 적어서 수면에 도움이 되고 불편함은 없지만, 간혹 아침에 개운하지 않거나 식욕이 당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약을 처방할 때는 기본적인 심리검사가 따른다. 진료를 마친 뒤 문장완성 검사, K-BDI-Ⅱ(한국판 벡 우울척도 2판), MMPI-2(다면적 인성검사Ⅱ) 검사지를 받았다. MMPI-2 문항은 567개에 달했다. 나를 제대로 알기까지의 과정에는 인내가 필요한 것인가. 눈치 빠른 오 원장은 “지금 순간의 기분 상태를 빨리빨리 체크하는 게 좋다”며 “정답을 쓰려고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두둑한 설문지는 다음 진료일에 제출하면 된다.

기사 취지와 기자 신분을 밝히고 궁금한 질문을 쏟아냈다. 보통 초진 시간은 20분, 길어지면 30분 내외라고 했다. 간혹 부부상담의 경우 길어지기도 한다. 일반 진료의 경우 시간 제약이 있어서 오 원장은 책을 많이 권한다고 했다. “자기 표현을 잘 못하는 분께는 <자기주장>, 부부갈등이 있는 분께는 <관계수업>,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께는 <필링굿>을 권합니다.” 초진 절차는 일반 의원이나 대학병원이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입원이 필요하거나 아주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동네 정신과 의원을 찾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진료 체계 개편으로 의사들도 사정이 나아졌다. 10분 단위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어 의사 입장에서도 정량화된 진료비 청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병원 내 심리상담가와 상담도 가능하다. 30분여 상담을 마치고 나가서 진료비 계산서를 받았다. 검사료(6만8794원)와 정신요법료(2만7221원)의 진료비 총액은 11만1320원이었다. 이 중 공단부담금을 제외한 초진료는 2만7900원이었다. 간호사는 “기존 수가였으면 3만5000원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다음주 다시 병원을 찾으면 재진료는 5000~6000원 정도일 것”이라 했다. 초진료가 10만원은 넘을 거라던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봐, 3만원도 안되잖아.”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