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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77] People want fresh m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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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상식파괴자다.’ 산업디자이너 김영세의 통찰입니다. 그는 ‘디자이너(designer)’에서 ‘de’를 ‘파괴하다(destruct)’의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그에게 ‘sign’은 ‘상식(常識)’입니다. 일례로 모양과 색, 부착 위치가 대동소이한 비상구 표시(sign)처럼 ‘sign’은 ‘안 바뀌는 것’의 상징일 테니까요. ‘er’은 ‘자(者)’입니다.

상식파괴자는 창의력과 혁신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즐기는 질문이 '만약에(What if)?'입니다. 이 질문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넘치는 신세계로 이어주는 비밀 통로('What if?' is a secret tunnel into the new world of new ideas)'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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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지, 우리가 흑백 무성영화를 만들면 3D 영화에 열광하는 대중의 반응이 어떨까?" 2011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아티스트(The Artist· 사진)'는 영화계의 디자이너들이 이룬 역발상의 쾌거입니다.

때는 1927년. 영화는 무성영화 대스타 조지와 배우 지망생 페피가 운명적으로 만나는 장면으로 막을 엽니다. 곧이어 조지의 황금기가 막을 내립니다. 유성영화가 무성영화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 조지는 세상이 혁신을 바라는데도 변화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반기는 유성영화 제작자들은 새 재목들을 발굴하는 한편 퇴물이 돼가는 조지를 일깨웁니다. "대중이 원하는 건 참신한 것과 새로운 인물이야(People want fresh meat and new faces)." 자신의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이후에도 조지는 사재를 털어 무성영화를 제작합니다. 결과는 처참합니다.

대스타 페피가 ‘만약에?’ 질문을 들고 조지에게 달려갑니다. 질문 내용은 가려둡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은막(銀幕)에 ‘종영(終映)’을 새겨 넣고자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조지는 마침내 변화를 받아들입니다. 이제 신구(新舊)를 대표하는 두 배우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기발한 결말을 합작해냅니다.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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