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뉴스분석] ‘북핵 회의론’에 한 수 날린 트럼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정은 친서’ 이례적 공개/폼페이오 ‘빈손 방북’ 비판 무마 / 北·美 관계 궤도이탈 차단 관측 / 김정은에 핵폐기 압박 노림수도 / NYT “비핵화 빠져… 말만 화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해 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의 영문본과 국문본을 전격 공개했다. 이는 지난 6, 7일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이후 삐걱거리는 북·미 관계의 궤도 이탈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 친서에서 북·미 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조미(북미) 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기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영국으로 출발하고 나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주 멋진 편지를 받았고, 아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친서를 첨부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7월6일자로 돼 있어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 당시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 원본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귀국으로 인한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잠재우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협력하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해 친서를 공개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세계일보

김 위원장은 ‘미합중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 각하’라는 제목의 친서에서 “대통령 각하(Your Excellency)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 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 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언급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 24일 전 싱가포르에서 있은 각하와의 뜻깊은 첫 상봉과 우리가 함께 서명한 공동성명은 참으로 의의깊은 려정의 시작으로 되었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13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 브뤼셀 등의 순방을 마치고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어 “나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리행을 위하여 기울이고 있는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친서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이라는 글씨 위에 친필 사인이 돼 있고, 마지막에 ‘2018년 7월6일 평양’이라고 적혀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을 마치고 떠난 지 불과 5시간 만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강도적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고, 실로 유감”이라고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외무성 담화와는 달리 친서에서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라고 깍듯한 존칭을 사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김 위원장의 친서는 화려한 말로 채워져 있으나 그가 비핵화를 언급하지도 않았고, 이를 포기하겠다는 어떤 의사 표시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