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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Science &] IQ는 인간의 잣대일뿐…種마다 생존지능 다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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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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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생쥐 두뇌 수준 인공지능을 구현하겠다." 최근 인텔이 인공지능 반도체칩 '로이히'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쥐'를 언급했다. 지난해 바닷가재 뇌와 유사한 인공지능을 만들었다고 발표한 뒤 2년 만에 인공지능 수준을 갑각류 뇌에서 포유류 뇌로 진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인텔은 로이히 인공 신경세포와 시냅스(신경세포 간 연결 부분) 개수를 토대로 생쥐 뇌 수준의 복잡성을 구현해 낼 것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쥐의 뇌를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물 지능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에는 "돌고래 IQ는 70, 침팬지 100, 물고기 3, 개미 0.5"와 같은 글이 떠돌고 있지만 근거는 없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은 "동물 IQ라고 인터넷상에서 나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동물이 인간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인간 지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을 관찰한 뒤 인간으로 환산하면 몇 살짜리 아이 수준이라고 유추할 수는 있겠지만 정량화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동물 지능이나 IQ를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처럼 책상 앞에 앉힌 뒤 시험지를 나눠주고 풀도록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학자들은 동물 지능 측정을 위해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수많은 실험을 진행해왔다.뇌 무게를 측정하거나 뉴런 개수 등을 세고 거울 앞에 동물을 놓은 뒤 자신임을 알아보는지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뇌의 절대적 무게와 크기를 기준으로 지능을 평가하면 고래가 지존 자리에 쉽게 올라설 수 있다.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뇌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동물은 향유 고래인데 성숙한 수컷 뇌 질량이 평균 7.8~8.0㎏에 달한다. 범고래 역시 5.4~6.8㎏에 육박한다. 영장류 중에서 가장 큰 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간 뇌 무게가 약 1.3~1.4㎏, 침팬지가 0.4㎏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고래 뇌 크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자연생태와 진화'에 게재된 영국 맨체스터대와 런던정경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90종의 서로 다른 고래들을 비교한 결과 뇌가 클수록 인간과 유사성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유 고래도 집단생활을 하면서 여럿이 함께 사냥하고, 공통의 언어(방언)를 익히고, 같은 집단에 속한 다른 개체 자녀를 돌본다. 뇌 크기와 사회성이 지능과 관련돼 있다는 이 같은 주장은 '사회적 뇌 가설'로 불리며 현재까지도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화를 통한 뇌 발달은 원숭이와 개, 고양이를 비롯한 포유류에서도 나타난다. 영국 유명 인류학자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는 2010년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6000만년 동안 서로 다른 포유류 뇌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500종 넘는 포유류를 대상으로 과거 화석에서 얻은 정보와 현존하는 동물들의 뇌·신체 크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원숭이는 6000만년 사이 뇌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고 말, 돌고래, 낙타, 개가 그 뒤를 이었다. 고양이나 사슴, 코뿔소 같은 포유류는 같은 기간 뇌가 훨씬 느리게 성장했다. 모든 포유류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 크기는 똑같이 성장할 것이라는 가설을 뒤집는 연구였다. 연구진은 이를 사회성으로 설명했다. 뇌 성장 속도가 빠른 종은 안정된 사회 집단을 이루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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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을 비교하려면 전체 몸에서 뇌가 차지하는 상대적인 비중을 가지고 비교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주장도 많다. 이 기준에 따르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종이 1등으로 등장한다. 두더지와 유사한 '땃쥐'나 쥐 등 설치류다. 땃쥐는 뇌가 3g에 불과하지만 전체 몸무게(30g)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달한다. 체중 75㎏, 뇌 1.4㎏ 정도인 성인 남성은 전체 몸에서 차지하는 뇌 비율이 1.86% 정도다. 침팬지도 체중 45㎏, 뇌 0.4㎏를 가정했을 때 뇌가 차지하는 비율은 0.88%에 불과하다.

2016년 미국 와이오밍대·미시간대·미네소타대 공동 연구팀은 "상대적인 뇌 크기를 통해 육식 동물의 문제 해결 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을 PNAS에 발표했다. 미국 전역 9개 동물원에서 북극곰, 호랑이, 수달, 하이에나, 표범 등 육식 포유동물 39종 140마리를 관찰한 결과다. 이 동물들에게 꽉 잠긴 금속 상자에서 음식을 꺼내라는 미션을 줬더니 체격에 비해 뇌가 큰 동물일수록 자물쇠 손잡이를 밀어 문을 잘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 분포하는 신경세포 양을 가지고 지능을 측정하는 접근도 있다. 뇌 속 뉴런 수만 본다면 2570억개인 아프리카 코끼리가 단연 선두를 달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뇌 전체 뉴런 수보다는 대뇌피질에 분포된 뉴런 수가 지능과 더 관련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브라질, 덴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 6개 대학 신경해부학 연구진은 "개가 고양이보다 2배 똑똑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개의 대뇌피질에는 뉴런이 5억3000만개 존재해 고양이(2억5000만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프런티어스 뉴로아나토미'지에 발표했다. 대뇌피질 속 뉴런 수는 인간 160억개, 침팬지 60억개, 코끼리 56억개, 쥐 2억개 순이다. 당연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경과학자들은 대뇌피질에 가장 많은 뉴런을 가진 종은 인간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이 믿음이 2014년 깨졌다.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에서 돌고래 일종인 참거두고래 10마리가 잡혔는데 이들 대뇌피질에서 각 372억개에 달하는 뉴런이 발견된 것이다. 또 뉴런 개수로 보면 앵무새, 까마귀 등 일부 조류는 영장류를 능가하기도 한다. 조류 뇌가 비록 원숭이 뇌보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뉴런이 단위면적당 2배 이상 존재할 정도로 뇌 속에 뉴런이 촘촘하게 분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능을 측정하는 또 다른 방법은 '거울'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울 속 상(像)을 자신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면 상당한 지적 수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침팬지가 그중 하나다. 고든 갤럽 미국 울버니대 심리학과 교수는 1970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눈썹이 붉게 물든 침팬지에게 거울을 보여줬더니 자기 눈썹을 만지는 행동을 보였다"는 관찰 내용을 게재했다. 갤럽 교수는 "유인원에게서 자아 개념을 확인한 최초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침팬지 외에 돌고래, 범고래 등을 비롯해 까치도 거울 실험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처럼 뇌의 절대적·상대적 크기나 뉴런 수를 통해 동물 지능을 추정해볼 수 있을 뿐 획일적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물은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맞춰 진화해 왔듯이 서로 다른 지혜를 활용하는 만큼 어떤 능력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다만 인간 지능이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나다고 볼 근거는 있다. 이 관장은 "뇌 용량을 키우려면 많은 영양분이 필요한데 인간은 고기를 익혀 먹으면서 뇌의 내실을 키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대량으로 조달했다"며 "다른 동물들이나 인류의 조상에 비해 현생 인류는 충분한 영양 섭취로 두개골 등 뇌 구조가 더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항속 물고기, 주인 기억할수도…통증까지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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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 떨어지는 물고기는 통증도 못 느낀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물고기에게는 고통을 느끼는 세포로 알려진 '통각세포'가 없다. 이를 토대로 많은 사람들은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신경 구조 역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나 포유류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상처가 생겼을 때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계는 'C섬유'인데 물고기는 이조차 갖고 있지 않다. 통증을 느꼈을 때 활성화되는 대뇌 신피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를 바늘로 찔렀을 때 팔딱팔딱 뛰는 반응은 '조건반사'와 같은 반응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고통이란 고등 중추가 필요한 생물만 느낄 수 있는 만큼 물고기에게 고통은 사치라는 생각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가설이 조금씩 힘을 잃기 시작했다. 200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의 실험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이 먹이를 먹기 위해 이동하는 송어의 입 주변에 벌독이나 식초를 넣어 고통을 줬다. 송어는 식욕을 잃거나 호흡이 가빠지기도 했고 입 부위를 벽에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다. 다른 동물들이 통증을 느꼈을 때 하는 행동과 비슷하다. 물고기에게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여하자 이 같은 행동은 사라졌다.

2008년 학술지 '응용동물행동과학'에 실린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금붕어를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만 모르핀을 투여했다. 이후 물의 온도를 높여주자 두 그룹 모두 몸을 동그랗게 말거나 꼬리를 퍼덕이는 등 달아나려는 반응을 보였다. 다시 물의 온도를 낮추자 두 그룹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르핀을 맞은 붕어는 아무렇지 않게 물속을 헤엄쳤지만 그렇지 않은 붕어들은 무기력하게 떠도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붕어가 무기력하게 물속을 떠도는 것은 공포와 함께 고통을 겪었음을 의미한다"며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난 이 같은 현상을 반사행동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13년 영국 벨파스트퀸스대 연구진은 전기자극 실험을 통해 게와 새우 같은 갑각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동물행동학자로 유명한 조너선 밸컴 박사는 저서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서 "신경해부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물고기 통증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느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인간의 수영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수많은 연구를 토대로 물고기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황선도 해양생물자원관장은 "찬반론이 있긴 하지만 물고기가 사람처럼 통증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실험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물고기도 다른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생명체인 만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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