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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MT 시평]5G의 법정책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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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미래법정책연구소 대표)]
머니투데이

지난 7월1일 우리나라에 이동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지 30주년이 되었다.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1988년 7월1일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동전화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장년이 된 현재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6460여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수를 넘어선 지 8년이다. 1996년 세계 최초 CDMA 방식을 도입한 음성, 문자 위주의 2G, 2003년 고속인터넷과 영상통화 기능이 추가된 3G, 2011년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초고속인터넷이 가능한 4G를 거치면서 이동통신은 통화뿐 아니라 뉴스, 뱅킹, 쇼핑 등 거의 모든 오프라인 세상을 담아내고 있다.

이제 내년 3월이면 5G 시대가 열린다. 이동전화의 세대별 구분 기준은 속도와 주파수 대역폭이다. 5G로 올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대역폭도 넓어진다. 특히 5G는 초고속(Ultra bandwidth)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초저지연(Ultra-low Latency) 통신을 제공한다. 지금보다 20배 빠른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을 제공하며 자율주행자동차의 제어와 같이 전송지연이 없어야 하는 서비스를 위한 초저지연도 제공한다. 또한 5G 네트워크는 망분리(Network Slicing) 기술을 통해 단일망으로 다양한 산업·서비스별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맞춤형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5G는 도달거리가 짧은 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함에 따라 막대한 기지국이 필요해 역사상 가장 큰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적·경제적 특성은 여러 법정책적 이슈를 야기한다. 첫째, 5G 서비스의 수익성 문제다.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수익성 있는 응용서비스가 없다는 점이다. 가상현실·증강현실 기반 실감형 미디어,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의료,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이 논의되지만 아직 시험단계며 무엇보다 이용자의 지불의사를 자극할 만한 혁신적 서비스가 없다. 더구나 이처럼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획일적인 망중립성 규제, 제로레이팅 규제, 요금규제는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유인을 제고하고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둘째, 5G 서비스와 법규제의 문제다. 위에 예를 든 융합서비스의 경우 개인정보보호, 의료 및 교통분야 규제로 실제 서비스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5G와 국내 정보통신산업 생태계의 문제다. 과연 내년 3월까지 국산 단말기와 장비가 준비될지 의문이다. 국산 전전자교환기, CDMA 단말기를 개발하고 수출한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5G 네트워크 구축이나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 그 자체가 목표가 될 필요가 없다. 세계 최고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국은 지금도 단말기, 온라인게임을 제외하면 세계 시장에 이렇다 할 경쟁력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술과 인프라 공급이 앞서고 서비스 수요가 뒤따라가는 방식으로는 5G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적어도 서비스 수요와 인프라 공급이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 개발과 적용을 방해하는 법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우리가 법규제 개선을 미루고 국내 산업지원을 머뭇거리는 동안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ICT 기업은 국내 정보통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네트워크 사업자, 콘텐츠 사업자, 장비 및 단말기 사업자는 물론 궁극적으로 이용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5G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미래법정책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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