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는 '노동계 요구 통과위'와 같다. 이미 사용자 위원들이 제안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방안'을 부결시켰다. 대선 캠프 출신을 비롯해 친(親)노동 일색인 공익위원 9명이 한 명 빠짐없이 노동계 편에 섰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내년엔 43.3% 올리라고 한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대로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도 또다시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 충격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는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이나 음식점, 10~20대 아르바이트와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취업자 증가 폭은 5개월 연속 금융위기 때 수준이다. 청년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악이고, 일자리가 줄어든 하위층 근로자 소득이 줄어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있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같은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역설을 만들고 있다. 급기야 경제 부총리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인정하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위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을 한 근로자가 작년 7%에서 올해 31%로 급증했다.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선 78%가 '동결' 또는 '9% 미만 인상'을 주장했다. 정부 계획대로 '15% 이상 인상'을 주장한 응답은 19%에 그쳤다. 최저임금의 1.5배 이하 임금을 받는 하위층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이들이라고 최저임금 올리는 것이 싫을 리 없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식당 종업원들이 청와대, 정부보다 경제를 더 알고 걱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그 나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 그런데도 잘못된 일을 두 번이나 반복한다면 이 정부 경제 정책은 더 이상 평가할 가치도 없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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