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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백팩 메고, 당구 치고…광역단체장의 `脫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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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철우 경북지사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직원들과 당구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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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롭게 시작된 민선 7기 광역단체장들이 파격적인 탈권위·실용주의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백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출근을 하거나 현관 앞 공무원들의 영접도 없어졌다.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기 위해 스스럼없이 쉬는 시간에 당구를 치기도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9일 점심시간에 짬을 내 도청에 마련돼 있는 당구장에서 직원들과 당구 게임을 해 도청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당구를 치면서 애로 사항과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며 평소 못 나눴던 대화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지사는 "도지사가 먼저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도청을 만들겠다"며 "조직이 유연하면 업무 효율도 오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소통 강화를 위해 도지사 집무실도 활짝 열었다. 문턱 높고 늘 닫혀 있던 도지사 집무실에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권위의 상징인 도지사 집무실 문턱이 높으면 제대로 된 소통이 어려운 만큼 대화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누구나 집무실에 들어와 자신을 찾아달라는 취지에서다. 이 지사는 쓴소리를 듣는 데도 적극적이다. 경북도청 홈페이지 한쪽에 '도지사에게 쓴소리' 코너를 만들어 자유로운 건의와 제도 개선, 도정 비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놨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열린 취임 후 첫 직원조회에서 "열심히 뛰어달라"고 직원들이 선물한 운동화만 신은 채 도정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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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백팩을 메고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남도>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탈권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도청 첫 출근 당시 백팩을 메고 출근해 눈길을 끌었다. 전임지사 시절 첫 출근 때 영접하는 의미의 공무원 도열이나 퇴근 시 배웅하던 모습도 사라졌다. 특히 청원경찰이 지사가 현관을 출입할 때마다 하던 거수경례도 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그나마 간단한 목례라도 하게 해달라는 청원경찰의 건의를 받아들여 거수경례 대신 목례로 대체됐다. 전임 홍준표 지사 시절에는 도지사 출근 시 청원경찰들이 대거 나와 도청 내를 오가는 차량을 감독하고, 비서실을 비롯해 주요 실국장들이 영접을 하는 등 의전에 진땀을 뺐다. 경남도 한 공무원은 "비서실 직원도 회의 중에는 지사가 들어와도 특별히 나가서 인사하거나 하지 않는다. 전임 지사 시절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의 가장 큰 변화는 공무원 업무시간이 법이 정한 대로 8시간 근무 원칙을 지키고 간부회의 등이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공무원 출퇴근 시간은 원칙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다. 김 지사는 8시 40~50분에 출근을 하면서 출근시간을 최대한 9시로 맞추고 있다. 지사가 일찍 출근하는데 지사보다 늦게 출근하는 '간 큰 간부공무원'은 없고, 간부가 일찍 출근하는데 직급 낮은 직원이 늦게 나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사 스스로 정시 출근을 함으로써 직원들의 이 같은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간부회의 시간도 기존 오전 8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바꿨다. 회의도 주 3회가량인 간부회의, 현안회의를 특별한 일이 아닌 경우 월요일 하루로 국한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소통으로 직원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 6일부터 울산시청 전 부서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부서 전 직원이 참여하는 간담회에서는 개인적인 고민 등 업무 외적인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은 취임식 때 내빈 소개와 지정석을 없애는 등 간소한 취임식을 진행했다. 송 시장은 당시 자신의 지정석이 없이 행사장 앞쪽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 취임식을 치렀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안동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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