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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분별한 혐오 표출로 남성중심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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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의 남성 혐오 표현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최근 워마드의 한 회원이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聖體)에 예수를 모독하는 낙서를 한 뒤 불로 태운 사진과 함께 ‘천주교에서는 예수XX의 몸이라고 XX 떨고 신성시한다‘며 ‘여성 억압하는 종교들은 다 꺼져라’는 글을 썼다. 천주교가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는데 대한 반발이다. 이후 천주교 측이 유감을 나타내는 등 파문이 커지자 한술 더 떠 ‘임신중절이 합법화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 성당을 하나씩 불태우겠다’는 협박문까지 등장했다.

워마드의 극단적 남성 혐오 게시물이 문제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홍대의 남성 누드모델 도촬 사진을 게재한 혐의로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 여성 구속 수사가 편파적이지 않다고 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과 사진이 잇따랐다. 지난해에는 호주에서 남자 어린이를 성폭행했다는 동영상을 올린 한국 여성이 네티즌 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고, 안중근 의사를 ‘손가락 장애 아저씨’로 부르는 등 독립운동가 모독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고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여성 차별을 감안하면 이를 개선하려는 주의 주장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워마드처럼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에 기대어 무차별적으로 남성 혐오 감정을 분출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상이 특정되는 혐오 게시물들은 홍대 누드모델이나 호주 동영상 사건에서 보듯 정색을 하고 문제 삼는다면 명예훼손 등 실정법 위반 혐의가 충분하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위법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거나 애초 위법 행위를 부추기기 위해 마련된 사이트는 폐쇄할 수 있다.

워마드의 실질적 목표가 남성 우월적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면 자유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이런 혐오 게시물과 관련 댓글이 그런 목표 달성에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 급진적인 여성주의자들은 당한 대로 되갚는다는 ‘미러링’이 의미 있다고 보는 듯하나, 일시적인 감정 배설에 불과한 혐오 표현으로 얼마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워마드의 분노는 의미 있으나 그것을 모욕이나 위해라는 방식으로 해소할 권리는 그들에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