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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최신 북한영화 ‘우리집 이야기’…직접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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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를 앓고 있던 이웃 아주머니가 저혈당으로 쓰러지며 딸 리정아(백설미)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말한다. 김은정(김태금)은 아주머니 가방 속 휴대전화를 꺼내 정아에게 전화를 건다. 휴대전화에서는 녹음된 중년 여성의 구수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미안하지만, 지금 찾고 있는…”.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금 거신 전화는…”이 아닌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음성에서 북한 영화를 실감하게 되는 장면이다. 2016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국내에 공개되는 최신 북한 영화다. <우리집 이야기>에는 김정은 시대 북한 중소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이 영화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특수자료’로 분류된 북한영화 중 처음으로 일반 관객에게 공개상영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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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우리집 이야기>는 부모를 잃은 세 남매 김은정·은향(김봄경)·은철(오현철)과 이웃 언니 리정아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18살 정아는 순수한 마음으로 남매를 돕는다. 그러나 개인주의·독립적 성향이 강한 은정은 주변의 도움을 부담스러워 하며 거절한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은정과 정아 사이에 오해와 갈등이 커지기도 하지만 은정은 정아의 끝없는 선의에 결국 한 가족이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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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평안남도 남포 인근에 있는 강선을 배경으로 한다. 북한의 대표적인 철강 생산 공장 ‘강선제강소’가 있는 지역이다. ‘천리마’라는 지명으로도 알려진 곳으로, 최근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WP)가 영변 외 핵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영화에는 뜨거운 쇳물이 흐르는 제강소의 모습과 함께 강선의 책임비서도 등장한다. 책임비서는 조선노동당의 시·군·도당 위원회의 사업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지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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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식당 등을 관리하는 사회 급양관리소의 체육대회 모습이 나온다. 천리마 국수집, 천리마 짜장면집, 네거리 국수집, 네거리 생선국집 등 각 식당별로 경기를 펼친다. 대회 경기 종목 중에는 요리경기도 포함돼 있다. 정해진 시간 내 만두를 만들고, 가장 맛이 좋은 선수(요리사)에게는 봄향기 화장품, 2위는 치마저고리 천 한 벌 값, 3위에게는 학용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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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이 다니는 중등학교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수학 교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설명하며 칠판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라고 썼다. 북한에서는 ‘세 평방의 정리’라고 부르는데, 두 용어를 혼용한다. 학교를 대표해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기 위해 서로 견제하는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 트레일러 운전을 하는 정아의 아버지가 운전 중 딸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장면도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세 남매 중 막내 초등학생 은철이 입는 축구 유니폼이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 ‘푸마’라는 점도 눈에 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도 거론이 된다. 영화 말미 은정은 정아에게 ‘마음 속에 꽉 차 있는 것’을 가족 그림 옆에 쓰라고 한다. 정아는 ‘우리의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이라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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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이의 미묘한 관계 등 개인에 초점을 맞춘 초반에 비해 후반은 사회주의 영화 특유의 체제 선전과 교훈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핸드헬드(들고찍기)·슬로 모션 등 최신 촬영 기법이 모두 구사돼 있기도 한 반면, 후시녹음 수준 등은 아쉽다. 실화를 바탕으로 아역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우리집 이야기>는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최우수영화상과 여배우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는 오는 15일 오후 8시 부천시청 잔디광장, 22일 오후 8시 CGV부천 3관에서 상영된다. 15일 상영은 무료로 진행된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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