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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日 박보검’ “한국에서 에너지 얻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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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겐타로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개봉 앞두고 내한

한국일보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사카구치 겐타로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부산행’을 인상 깊게 봤다”며 “좋은 타이밍에 불러준다면 한국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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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맛있어요, 멋있어요, 또 뭐가 있더라… 삼계탕을 빠뜨렸네요.”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국어 단어 다섯 개를 꼭 배우겠다더니 아주 열심히 귀동냥을 했나 보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마주한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27)는 “소맥이란 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면서 “소맥이 고기보다 맛있더라”고 즐거워했다. 개구쟁이 같은 그의 웃음에 인터뷰 테이블이 금세 감염됐다.

사카구치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떠오르는 스타다. ‘일본의 박보검’에 비유된다. 모델로 데뷔해 2014년 연기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출연작이 20여편에 이른다. 드라마 ‘중쇄를 찍자’, 영화 ‘히로인 실격’, ‘너와 100번째 사랑’ 등이 대표작.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나라타주’로도 호평받았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드라마 ‘시그널’ 일본판에서 이제훈 역할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일본판에서 정경호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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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흑백 모습 그대로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미유키 공주(왼쪽)와 순수한 켄지의 알콩달콩 로맨스가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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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가 한국에 소개하는 영화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11일 개봉)다. 지난 2월 일본에서 개봉해 10억엔(약 101억원)을 벌어들인 흥행작. 1960년대 일본 영화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사카구치는 영화감독 지망생 켄지를 연기한다. 고전 흑백영화 속 말괄량이 공주 미유키(아야세 하루카)를 동경해 날마다 극장에서 홀로 영화를 감상하던 켄지는 어느 날 난데없이 스크린을 찢고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미유키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동화 같은 로맨스에는 필름시대에 대한 향수가 녹아 있다. “미유키는 겉모습이 흑백이지만, 켄지는 내면이 무색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어요. 그런 켄지가 미유키를 만나 색에 물들어 간다고 상상하면서 연기했어요.”

색깔로 자신을 표현해 달라는 말에 “해피 컬러”라고 재치 있게 답하는 사카구치는 해맑은 켄지 역에 맞춤이다. “켄지는 유약하고 한심하지만, 순수하고 다정해요. 감정 표현에도 솔직해서 기쁠 땐 크게 기뻐하고 슬플 땐 아주 많이 슬퍼하죠. 그런 켄지를 닮고 싶었어요. 저는 감정 기복이 별로 없어요. 부정적인 감정엔 좀 둔하기도 하고요. 평소엔 감정을 ‘절전 상태’로 꺼두려고 해요. 그래야 연기할 때 큰 에너지로 쏟아 낼 수 있거든요.”

그는 “2년 전 스물다섯 살 때 이 영화를 촬영했는데 지금 켄지 역이 주어진다면 못했을 것 같다”며 “굉장히 타이밍이 좋았다”고 했다.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냐고 물으니 표정이 진지해졌다. “예를 들어, 제가 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데요, 언제 읽느냐에 따라 위대한 명작이 감동을 주지 못할 때가 있고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소설이 저에겐 바이블이 될 수도 있어요. 당시엔 켄지가 저에게 큰 울림을 줬어요. 진심을 다해 연기했죠. 그래서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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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는 켄지의 모습이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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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를 보고 사카구치를 더 알아 가고 싶은 한국 팬을 위해 출연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작품성이 아닌, 사카구치 개인의 매력이 선정 기준이다. “‘나라타주’에선 켄지와 정반대로 슬픈 사랑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히로인 실격’에선 완벽남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저의 다정하고 재미있고 순수하고 멋있는 모습이 모두 다 담긴 작품도 곧 보여드릴게요. 하하.”

지금의 인기를 상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앞으로도 어떤 내가 될지 모르는 채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다”고 했다. 유일한 바람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카구치 겐타로가 녹아든 작품을 남기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한국에서 쌓은 추억이 특별한 격려가 된 듯했다. “공항 입국 때부터 시사회 무대인사까지, 한국 팬들에게 환대를 받았어요. 배우는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라서 나 자신이 텅 비어 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번에 에너지를 얻어 갑니다.” 한국에 자주 오라고 권하니, 그가 즉석에서 배운 한국말로 화답했다. “또 만나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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