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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새기고 입으로 마시는 ‘붉은 노을’…충남 보령 ‘해넘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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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해넘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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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녘 붉은 노을을 근사하게 담고 싶다면? 충남 보령으로 가보자. 최근 무창포와 대천해수욕장이 새 단장을 했다. 요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기 있는 산과 숲의 멋진 석양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선홍빛 석양으로 물드는 보령에 가면 너나없이 참 예쁘다.

■ 진짜 일몰 명소는 여기

“보령 사람들이 찾는 진짜 일몰 명소는 따로 있습니다.” 보령시 신혜진 문화해설사는 “바다도 좋지만 내륙에서 보는 석양이 장관”이라면서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일몰 하면 서쪽이요 바다가 아닌가 싶었는데, 숲속에서도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다니 솔깃했다.

목적지를 충남 보령으로 잡고 지도부터 훑었다. 일몰 시각을 확인하니 오후 8시. 서울에서 보령까지 2시간이면 닿을 수 있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은 충분했다. 해질 무렵 무창포와 대천해수욕장에서 일몰을 담기로 하고 천천히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첫 번째 장소는 옥마산 정자. 도시 불빛이 아른거리는 야경이 근사한데, 차로 정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보령시청사와 문화예술회관을 지나자 남은 거리는 1㎞. 마치 서울의 남산 드라이브길 같다고 해야 할까. 진초록 나무들이 내주는 산길을 구불구불 올랐다. 뙤약볕이 내리쬐었지만 차창에 드리워진 그늘이 시원했다. 저 멀리 보령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무렵 너른 주차장이 나왔다. 길은 쉬엄쉬엄 오르기 좋았다. 군데군데 나무 의자가 놓여 있고, 인상적인 설치미술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산책로를 홀로 걷는 젊은 여행자들이 눈에 띄었다. 가로등이 켜지면 고즈넉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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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일몰 명소는 ‘충청 수영 해양경관 전망대’. 오천항을 굽어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름이 너무 길고 발음도 어려웠다. 오천항은 삼국시대 중국과 무역하던 항구였는데, 왜구 출몰이 심해 수영(水營)성을 쌓았다는 역사 유적지였다. 최근에는 조선시대 굶주린 백성들을 구제했던 진휼청도 복원했단다.

한적한 시골길을 하염없이 달리다가 자칫 ‘충청 수영성까지 3.3㎞, 도미부인 500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놓칠 뻔했다. 늘씬하게 뻗은 붉은빛 소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이 숨바꼭질을 하듯 나왔다 사라졌다. 도미부인 정절사에 차를 세우고 15분쯤 숲길을 걸어 오천항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질 무렵 서늘할 때 온 가족이 걸으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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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양을 마시는 카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기몰이 중이라는 ‘갱스 커피’로 향했다.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된 곳인데 벌써부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향천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자 갑자기 차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는 300m. 이런 첩첩산중에 카페가 있다고? 깎아지른 듯 경사가 심한 길을 달리는데 걱정스러웠다.

입이 딱 벌어진 것은 옛 탄광 목욕탕이었던 건물이 산자락에서 튀어나와서였다. 부드러운 산들이 너울거리는데, 마치 동남아 휴양지에 온 듯 오색빛 비치파라솔과 무게감 있는 오토바이, 루프톱 수영장 같은 건축 디자인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옥마산 정자·오천항 전망대 석양 장관

동남아 휴양지·지중해풍 카페들 눈길

무창포·대천해수욕장 새 단장 ‘산뜻’

내일부터 열흘간 ‘머드축제’도 가볼 만


“날씨가 좋을 때는 저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구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몰을 찍으면 아주 근사해요.” 갱스 커피 김철호 사장과 카페를 둘러봤다. ‘1985년 동력자원부’가 지었다는 머릿돌을 확인하고는 몇 계단 올라 냉풍욕장이라고 쓰인 동굴의 문을 열었다. 폐광 동굴 그대로인 냉풍욕장은 한여름인데도 차가웠다. 발아래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갔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니나블러썸’은 바다갯벌이 내려다보이는 예쁜 공방 카페다. 주교리 논밭을 지나 원주교 마을 앞 성당을 건너가자 갑자기 너른 갯벌이 펼쳐졌다. 한적한 어촌마을에 살포시 자리한 니나블러썸은 새하얀 페인트칠을 한 지중해풍 이층집이었다. 손닿을 만한 곳에 자그마한 섬이 평화롭게 누워 있는 이곳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고 했다. 1층은 흑백의 심플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직접 만든 반지와 목걸이, 액세서리를 한쪽에서 파는데, 가성비 좋은 반지 2개를 골랐다. 2층은 동화 속에 나오는 성처럼 공간이 아기자기했다. 오윤정 사장은 “계단 안쪽 첫 번째, 두 번째 자리와 끝자리 5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은 항상 예약 마감”이라면서 “해질 녘 일몰이 멋지다”고 말했다. ‘니나’는 프랑스어로 흔히 순이나 영희 같은 이름이고, ‘블로썸’은 꽃이 활짝 핀 것을 뜻한다고 하니 누구나 이곳에 가면 청순하게 사진 한 장 남길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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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붉은 노을을 담자

무창포해수욕장을 5㎞ 정도 남기고 숲을 달렸다. 횟집이 즐비한 것을 보니 무창포가 분명했다. 젊은 부부가 너른 백사장에서 유모차를 끌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혹시 얼마 전 새로 생긴 무창포 타워를 아시나요?” 여기저기 물었지만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타워에 오르면 무창포해수욕장과 서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무창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솔길을 달리고 들판을 가로질렀다. 몇 달 전 대천해수욕장에 생겼다는 바닷길을 달리는 스카이바이크로 향했다. 일종의 레일바이크인데, 밀물이 들어오면 바닷물에 발이 닿아 마치 바다를 가로지르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페달을 밟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구간이 있어 힘들지도 않다고 들었다. 대청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 스카이바이크를 찾았을 때는 아쉽게도 운행시간(오전 10시~오후 5시)이 지난 뒤여서 노을과 일몰을 벗 삼아 타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30분. 태양이 붉은빛을 토하며 파도 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바닷가를 걷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강아지와 기념사진을 찍고 모래성을 쌓기도 했다. 바다의 하얀 포말 위에 낮게 깔리는 선홍빛이 참 고왔다.

맨발로 모래사장으로 나갔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콕콕 박혔지만 금세 후드득 떨어졌다. 진수남 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올해로 21회째인 보령 머드축제가 7월13일부터 22일까지 10일간 열린다”면서 “서해안의 대표적인 축제답게 화려한 콘서트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너나없이 뒹굴 수 있는 곳, 보령은 지금 여행하기에 딱 좋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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