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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31>진짜 성공은 두 번째 창업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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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창업은 늘 어렵다. 실패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업 실패 시 패가망신하기 일쑤라고 겁주는 사람이 많다. 물론 이러한 얘기가 결코 틀린말은 아니다. 관련 통계만 보더라도, 지난 2010~2014년 동안 신규 창업은 대략 77만개가 발생했지만, 같은 기간 폐업은 69만개가 발생해 5년 생존율이 27.3%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론에 이른다. 첫 번째 창업 실패율은 높지만, 재창업 시 실패율은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2015년 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창업 이후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첫 창업 시에 비해 재창업 시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흔히 창업과 대비되는 안정된 직업으로 분류되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경우에는 개업 등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기 앞서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관련 공부를 한다. 사전에 실패율을 낮추기 위한 오랜 숙련기간을 거쳤기에 안정적인 직업이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사전 예행연습 및 장기간 숙련기간이 없는 시도된 창업은 실패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기업가 중에서는 뼈아픈 사업 실패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인은 평균 2.8번의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때 개인파산을 4번이나 신청한 경력이 있다. 마윈 회장도 8번의 사업 실패 후에 알리바바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 기업인의 사업 실패 경험이 평균 1.3회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패업 기업의 CEO가 본인 명의로 다시 창업하는 비율은 3% 수준이다. 폐업기업 대표이사가 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 역시 4.2% 수준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우리 기업인이 사업 실패를 경험으로 생각하며 성공의 밑거름 내지 숙련기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실패 그 자체로 여기는 경향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우리나라에서 창업 후 5년 생존율이 여타 OECD 국가보다 현격히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2010~2014년 동안 5년 생존율이 조사대상 OECD 1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영국은 5년 생존율이 37.5%, 독일은 41.0%, 스웨덴의 경우에도 62.6%에 이르렀다. 이러한 수치는 30%가 채 안 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창업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쌓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재창업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5년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정부에서는 창업 실패 이후에도 원활하게 재창업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연이어 마련하고 있다. 신용불량으로 인한 금융거래 불가능 문제 개선, 재기기업인 세제 지원, 정책자금에 대한 채무 면제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작 다른데 있는 듯하다. 실패한 기업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실패한 기업인 스스로 태도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 사업에 실패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찍기보다 값진 경험을 쌓았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도전하려는 태도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귀한 경험을 저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패가 아닌가 싶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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