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영문학과 이종민 교수(64)는 구순의 노모와 처음으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상 도도했던 어머니의 치매 판정 후, 귀촌을 택한 아들은 요즘 들어 어머니가 낯설게 느껴진다.
평화로이 잘 지내던 어머니에게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의미 모를 단어들. 하나, 둘씩 소멸해가는 어머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 수상한 단어들은 뭘까? 우리 어머니는 누구였을까? 아들은 어머니의 미스터리한 과거를 파헤쳐보기로 했다.
◆ 공방살과 첫 사랑
“아이고~ 우리 못 태어날 뻔했네.”
어머니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나온 ‘공방’이라는 단어. 처음 듣는 단어의 등장에 이 교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깨가 솔솔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여느 집처럼 평범한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뒤이어 나오는 당신의 구체적인 ‘첫사랑’ 이야기에 아들은 생각에 잠긴다. 어머니의 꽃다운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그동안 전혀 알 수 없었던,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어머니의 젊은 날들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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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대문, 멍석 아홉 장, 뒤주 두 개. 살림을 그 놈이 다 가져갔어.”
어느 날 시작된 어머니의 집착. 집착의 대상은 맛있는 음식도, 재밌는 놀 거리도 아닌 새파란 철대문이다. 도대체 누가 남의 집 철대문을 떼어갔다는 건지, ‘철대문’이란 단어만 나오면 말갛게 웃던 어머니의 눈빛이 매서워진다. 어머니에게 철대문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 철대문을 훔쳐간 도둑은 과연 누구인가.
◆ 어머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쉽게 잊어버리고, 잊어야 할 것은 정작 잊지 못하는 짐처럼 무겁게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이종민, '망각은 저주인가? 축복인가?' 中
미스터리한 나의 어머니 황정례 여사. 기억을 잃어가는 가운데 그녀에게 오히려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롯이 한 개인으로서의 황정례였다.
아흔 두 해,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는 어머니의 ‘시간’을 기록으로나마 붙잡아보는 아들의 이야기, SBS스페셜 '미스터리한 나의 어머니 황정례'는 8일 밤 11시5분에 방송된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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