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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박삼구 회장 사과에도 기내식 대란 확산 조짐…아시아나 직원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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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일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대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확산돼 경영 책임을 묻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더해지며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압박감을 느낀 기내식 공급 업체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아시아나를 향한 여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영진의 갑질과 비리를 폭로하기 위한 집회를 준비 중이다.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가 기내식 납품 업체를 교체하면서 촉발됐다. 아시아나는 당초 이달 1일부터 새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지만, 올해 3월 신축 중인 GGK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임시로 3개월간 중소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가 샤프도앤코코리아와 맺은 계약은 30분 이상 공급 지연 시 음식값의 절반만 지급하고, 15분 지연 시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일부터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출발이 늦어진 장거리 항공편이 잇따라 발생했고, 출발 시각을 맞추려 '노밀'(No Meal) 상태로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2일에는 전체 75편 중 10편이 늦게 출발했다. 기내식이 실리지 않은 '노밀' 운항은 1일 36편, 2일 28편에 달했다. 3일는 21편이 기내식이 없는 상태로 출발했고 4일에도 24편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항공기의 기내식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업체와 계약한 점에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하루 2만5000식~3만의 기내식을 공급해야 하는데 샤프도앤코의 하루 기내식 생산량은 3000식이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수요를 감당하려면 약 500명 규모의 사업장이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샤프도앤코는 직원 수는 63명에 불과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박삼구 회장은 4일 오후 5시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리 예측을 하려고 했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이건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라며 "대한항공에서 도와주면 해결 할 수도 있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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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A330항공기.


박 회장의 '기내식 대란'에 대한 공식 사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박 회장은 "미리 예측을 하려고 했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이건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라며 "대한항공에서 도와주면 해결 할 수도 있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의 말과 달리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해 아시아나측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에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측이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

아시아나측 관계자는 "대한항공 기내식 담당 임원이 3일 기내식 공급과 관련해 '대한항공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요청해왔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지원 제안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기내식 공급 및 탑재 과정이 안정화되고 있는 단계로, 향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에 대해 박 회장은 "LSG와는 'IMF 사태' 이후 2003년 기내식 사업 합작을 했는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80대 20의 불리한 조건으로 합작을 했다"며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LSG측은 "모든 부분에서 아시아나와 계약 조건을 준수해왔다"며 "원가 가격에 항상 계약에 명시된 사항을 적용했으며 원가 미공개와 품질 우려에 대한 주장은 바로잡고자 한다"고 반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파문은 오너 갑질 문제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아시아나 직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 직원들 내에서는 기내식 대란이 단순히 기내식 정상화를 넘어 회사 곳곳에 자리잡은 부패청산과, 경영진 책임을 묻는 것까지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침묵하지 말자'는 명칭의 직원 단톡방이 3개나 개설되는 등 직원들의 반응이 뜨겁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숨진 샤프앤도코 협력사 대표 윤 모씨를 추모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유니폼이나 검은색 옷을 입기로 했다. /양성운·정연우 기자

양성운 기자 ysw@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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