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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수출입은행 감봉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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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기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인금삭감을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2014년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라지만 일각에선 '조삼모사'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임금인상율은 2.5%로 평균 연봉이 9829만원에 이른다. 많이 올리고 조금 내리면서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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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1월부터 임금을 0.7% 삭감했다. 이 은행 노사는 지난 3월 삭감안에 합의했고 직원들은 5개월째 삭감된 월급을 받고 있다. 임금이 0.7% 깎이면 수출입은행 직원 전체 임금이 연간 5억원 가량 줄고 내년부터 임금 기준은 낮아진다. 향후 퇴직금도 깎이게 된다.

꼼수

임금 삭감은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두는 초강수중 하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임금 동결이 사실상 임금 삭감으로 간주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수출입은행 직원들이 체감하는 삭감폭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임금협상 곳곳에서 '인상률'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데 수출입은행은 왜 임금을 낮췄을까.

수출입은행이 임금을 깎은 이유는 2014년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당시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에 연·월차휴가보전수당을 폐지하고, 이와 관련 추가로 임금 5%를 삭감하라고 통보했다.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월차 휴가는 폐지되고 연차 휴가는 한도가 정해졌지만 수출입은행은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월차휴가보전수당을 계속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수출입은행은 없는 직급을 만들어서 연간 1억원을 지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2014년 감사원 경영실태 감사에서 일부 방만 경영에 대해 지적을 받았고 이를 사내 합의를 통해 최근 수용했다"고 전했다.

2016년 수출입은행 전직원은 임금 인상분을 반납했다.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과 대우조선해양 관리부실 문제가 겹치면서 당시 수출입은행은 임원 연봉삭감·성과급 반납, 예산 6.8% 삭감 등의 혁신안을 추진했다.

수출입은행 행원들은 2년전 임금 인상분을 반납한 데 이어 올해도 임금이 삭감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출입은행 임금 삭감이 조삼모사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2.5%로 작년 평균 연봉이 9829만원에 이른다. 많이 올리고 조금 내리면서 1억원에 가까운 평균 연봉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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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1억원 안팎인 금융공기업의 급여는 항상 '뜨거운 감자'다. 감사원과 국회, 언론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국책은행의 임금과 비용구조를 매년 지적하고 있다.

다른 금융공기업의 경우 2013년 방만 경영을 지적받은 뒤 임금을 낮추기도 했지만 최근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해진 틈을 타서 다시 보수를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7개 공공기관(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930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61개 전체 공공기관의 평균 보수(6707만 원)보다 38.8% 많은 규모다.

임금 줄여도 고액연봉 '신의 직장'알고 보니 다른 금융공기업도 비슷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반적으로 공공기관 임금이 줄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금융공기업과 전체 공기업 간의 보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2014년 금융공기업의 평균 보수는 8487만원으로 전년도 8508만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금융공기업들은 평균 보수를 전체 공기업(5.5%)의 두 배에 가까운 9.7% 인상하면서 격차가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공기업들이 정부와 여론의 압박으로 일회성으로 임금을 줄인 뒤 사회적 견제가 소홀해지자 다시 급여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 평균 급여가 1억 원을 넘는 금융공기업도 2014년 1곳에서 지난해 2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예탁결제원의 평균 급여는 1억961만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중 2위였다. 산업은행은 2015년 2.8%, 2016년 2%, 2017년 2.5% 등 매년 임금이 인상되면서 작년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어섰다. 기업은행도 2014년 1.7%, 2015년 2.4%, 2016년 2%, 2017년 2.5% 등 매년 임금이 올라 작년 평균 연봉이 9886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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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30개 공공기관 직원 평균 보수는 6707만원이다. 7개 금융공기업의 신입사원 초봉도 평균 4376만원으로 전체 공기업 평균(3453만원)보다 923만원이 많았다.

산업은행은 330개 공공기관중 연봉 상위 6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국책은행의 연봉은 하나은행 9200만원, 국민은행 9100만원, 신한은행 9100만원, 우리은행 8700만원 등 4대 시중은행보다 높다.

조삼모사 대처

기관장들의 연봉도 2013년 이후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6년 2억7235만원으로 최저점을 찍고 지난해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기관장 연봉이 3억원을 넘긴 곳은 IBK기업은행, 예탁결제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네 곳이었다. 기관장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IBK기업은행으로 전년보다 0.3% 감소했지만 3억8528만원을 기록했다. 예탁결제원 기관장 연봉은 3억3123만원으로 전년보다 0.2% 감소했고, 수출입은행은 3억751만원으로 전년보다 33.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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