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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디지털에서도 영원한 승자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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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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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97]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를 사용하는 집주인이 없다면 과연 여행자들이 에어비앤비 앱을 찾을까. 메신저 서비스 슬랙(Slack)을 당신 혼자만 사용한다고 해도 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네트워크 효과'가 적용되는 재화 혹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더 많아질수록 더 많은 효용을 가져다 준다고 설명해 왔다. 경영전략 측면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잠재적인 원천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강조해 왔다.

이제 네트워크 효과는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다. 캐서린 터커(Catherine Tucker) MIT 슬론 MBA 교수는 "더 이상 플랫폼과 네트워크 효과가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전한다. 터커 교수는 지난 6월 22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쓴 기고문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플랫폼은 순전히 '디지털' 그 자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터커 교수에 따르면 네트워크 효과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메신저 '슬랙'은 다른 사람들도 슬랙을 사용할수록 직접적으로 나 자신도 더 큰 효용을 누릴 수 있다.

일례로 에어비앤비의 경우,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는 집주인이 없다면 여행자들에게 효용을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행자들이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쓰지 않는다면 집주인 역시 에어비앤비를 쓰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학계는 경영전략상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시장 지배력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스스로 강화하는 경쟁 우위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가르쳐 왔다.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일수록, 과거에 더 큰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을수록,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기업의 제안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터커 교수는 실리콘밸리 닷컴 버블의 끝 무렵에 네트워크 효과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기업가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터커 교수는 오늘날의 네트워크 효과는 당시 생각했던 것처럼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2000년을 전후해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다른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한 것으로 여겨졌다. MS는 네트워크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로서 이를 부러워하는 업계 관계자들과 규제 당국의 관심을 끌었다. 누가 감히 MS의 생태계를 이탈해 '워드'(Word)와 '엑셀'(Excel)을 쓰지 않으려 할까.

이처럼 소비자들이 '윈도'(Windows) 운영체제(OS)에 삼켜져 버렸다는 인식은 개발자와 컴퓨터(PC) 제조사들에도 그들이 MS 생태계를 위해 기여하는 일에 집중할 인센티브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MS는 자사의 생태계 안에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발자들은 윈도 OS에 의존하지 않는 많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터커 교수 본인 역시 MS 워드가 아닌 구글 문서도구를 써서 기고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왜 예전처럼 네트워크 효과가 먹혀들지 않는 걸까.

오늘날의 네트워크 효과는 테스크톱 PC 같은 특정 하드웨어(HW)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0년 데스크톱 PC 시대 이후 우리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아마존 '알렉사'와 같은 디지털 보조기기와 함께 다른 여러 디바이스의 진화를 목격했다.

이는 1990년대 데스크톱 PC의 경우처럼 네트워크 효과가 더 이상 특정 하드웨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을 뜻한다. 대신 기술 기업의 규모는 이제 여러 하드웨어 플랫폼에 참여시킬 수 있는 사용자 프로필 수에 달려 있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를 보여주는 플랫폼이 순수한 '디지털' 그 자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셜 네트워크, 인기 앱과 앱 스토어는 특정 유형의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기에 사용자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쓸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5개의 서로 다른 소셜미디어 앱이 있는 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반대로 운영체제가 다른 5개의 데스크톱 PC를 쓰는 건 영 어색하다.

공급 측면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따르게 된다. 보통 개발자들이 새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달하기보다 새로운 플랫폼에 적용되는 코드를 개발하는 편이 더 저렴하다.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Lyft)와 우버(Uber)의 사례를 보면 이런 변화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차량 공유 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일정 규모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여러 벤처캐피털을 끌어들이려는 기업들이 모인 곳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리프트 앱과 우버 앱 모두 간단히 설치할 수 있고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운전자 측에서도 리프트와 우버 앱을 모두 설치하고 보다 수익성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선택한다.

이 같은 예시는 당신의 제품이 '밀착 제품'(Sticky Product·시장지배력과 고객정착률이 높은 제품)인 경우에 한해서 네트워크 효과과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실제로 작용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모든 고객이 당장 내일이라도 당신을 떠날 수 있다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미래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순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고객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을 보다 '밀착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한곳에 저장된 데이터가 '잠김 효과(Lock-In Effect)'로 이어져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때 네트워크 효과를 보여주는 '밀착 디지털 플랫폼'의 학습 사례였던 애플의 아이튠스(iTunes) 스토어를 보면 된다. 일단 당신이 MP3 형식의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사용했다면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음악 라이브러리를 여러 장소에서 갖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올바른 재생목록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음원 제공 업체는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음악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이튠스로 자연스럽게 이끌려 갔다. 그러나 스포티파이(Spotify)가 시장에 진입한 뒤 이러한 아이튠스의 장점이 얼마나 수명이 짧은지 드러났다. 언제든지 노래를 스트리밍할 수 있게 된다면 MP3 음악 라이브러리가 무슨 상관인가.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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