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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보유세 증세, 9억 초과 ‘고가 전세’ 과세 불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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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강남권 보증금 10억~20억원대 고가 전세 상당수… 별도세목 신설해야 과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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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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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을 하는 박 모씨는 한 해 소득이 수억원에 달하지만 절세를 위해 서울 반포동 소재 신축아파트에서 전세를 산다. 덕분에 '무주택자'로 청약 1순위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보유세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해 고가전세 입주자들에게도 별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채권 형태인 보증금은 보유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 별도의 입법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보증금 9억원을 초과한 전·월세 계약은 120건에 달했다. 대부분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 집중됐고, 용산구와 영등포구 소재 한강변 고층 단지도 일부 포함됐다. 분당 등 수도권에서 약 10가구의 고가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방은 1건도 없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장주 아파트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69㎡(2층)은 지난 5월 23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인 9억원보다 2.5배 높지만 전세입주자는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금여력이 있어도 주택을 사지 않는 고소득층도 있다.

현행법상 전세보증금은 규모와 관계없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보유세는 기본적으로 소유한 물건에 부과되기 때문에 채권 형태인 보증금은 과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억원대 전세보증금을 낼 정도면 담세 능력이 9억원 이상 주택을 1채 보유한 사람보다 높다.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개혁특위도 이 문제를 고민했지만 우선 보유세 개편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구체적인 논의는 미뤄둔 상황이다.

고가 전세보증금에 세금을 물리려면 보유세와는 다른 별도의 세목을 신설해야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고가 전세자에 대한 과세는 보유세 개편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며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자녀에게 고가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지원한 뒤 '부담부증여'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고가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전세로 거주하는 20~30대 청년층 77명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를 통해 증여세 탈루 혐의를 포착했다.

전세 보증금 과세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증여세 탈루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관련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전세보증금은 등기부에 기록이 남지 않고 대출을 받았다면 과표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이중과세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전세입주자들은 집값이 올라도 시세차익이 없다"며 "전세보증금 규모가 종부세 과세기준보다 높다는 이유로 별도의 세금을 물리면 시장에 혼선이 클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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