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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홍기훈의 블록체인과 핀테크] 올바른 정보·진짜 전문가 있어야 가상화폐 시장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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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해킹됐다. 업비트 해킹설(업비트측이 공식 부인했다)도 제기됐다.

필자는 지난 몇달간 가상화폐 관련 언론 대응을 자제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이슈를 ‘정치화’시키고 있어, 전문가의 입장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이번 빗썸 해킹 사태를 구실로 업계 규제에 대한 주장(필자의 생각과 반하는)이 너무 많이 나와 더는 침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많은 ‘전문가’들이 수많은 ‘매체’에 등장해 이야기를 쏟아내는 현재, 필자는 거기 비효율적인 ‘하나’를 더하기보다는 칼럼을 통해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 알리고자 한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이 이러한 금융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고맙고, 아니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 지난 일년간 꾸준히 이야기한 대로,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후오비 등 가상화폐 거래소는 ‘스타트업’이다.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경영구조 및 운영 방식은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제1금융권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자가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보안에 많은 돈을 쓰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이야기할 마음이 들지 않아 지금까지 언급을 자제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든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당할 수 있다는 필자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한동안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둘. 보안 및 업계 전문가들이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증·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은 옳지 않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현행법으로 금융만 다룬다. 가상화폐는 금융이 아니다. 금융의 정의를 찾아보면 이를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는 한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리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 업무지 ‘행정부’의 업무가 아니다. 즉, 가상화폐 거래소 문제로 금융위를 지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에 반해 ‘가상화폐공개’, 즉 ICO’는 금융이다. 그러므로 현행법을 적용해 금융위가 규제할 권한과 명분이 있다. 다만, ICO 규제가 필요한지, 그리고 규제의 현실성이 있는지는 고려해 볼 문제다.

불과 일년 전, 전국적으로 탈규제의 목소리가 일어나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지 말라’고 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셋. 현재 블록체인협회는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를 원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 문장 속에 ‘가상화폐 거래소를 (우리가 원하는 기준으로) 규제하기 원한다’는 본심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한다면,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표 거래소 ‘한국거래소’의 규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대부분이 기준 미달이므로 문을 닫아야 한다.

필자는 정부가 한국거래소 규제 기준을 가상화폐 거래소에 일부러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상화폐가 미래고, 블록체인을 위해 가상화폐가 꼭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정부가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규제하지 않을테니, 가상화폐 업계 스스로 비즈니스모델과 자생 생태계를 만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까지 정부 규제가 심하다며, 그 탓에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내던 업계였다. 그러다 이제는 자신들이 원하는 기준으로 규제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셈이다.

필자가 칼럼을 통해 꾸준히 강조한 이야기들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인터넷의 장점은 기록이다. 이전에 누군가 한 말이 고스란히 저장돼 검색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가상화폐 관련 수많은 코멘트와 주장을 2012년부터 인터넷에서 검색, 정리해보자. 누가 ‘옳은 이야기’를 했고 누가 ‘말을 바꿨는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다. 과연 누가 시장을 교란하고 호도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필자는 이전 ‘가상화폐가 3년 내 진정한 화폐로 쓰일 것’이라는 주장을 기억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선진국이 1년 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 법정화폐 지위를 부여할 것’이라는 기사와 주장도 기억한다.

2012년 이후 출판된 비트코인·가상화폐·블록체인 책을 보며 위 주장을 펼친 저자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비교해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아직도 가상화폐 시장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고 부풀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또 재미있는 것은, 현재 가상화폐 업계에서 자신이 ‘금융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이들 대부분이 금융 관련 이력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개 정보학이나 컴퓨터 공학 전공자로, 금융을 이해하지 못했다.

필자는 정보학 혹은 컴퓨터 공학자들이 현재 가상화폐 업계 주체가 됐기에, 위와 같은 잘못된 발언 및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경제학자 및 재무학자들이 있다. KDI,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처럼 금융을 이해하고 전문성도 갖춘 연구원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CFA협회 등 전문가 집단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위험, 산업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혹은 해결해야 한다면, 금융위의 규제가 아닌 ‘진짜’ 금융전문가들의 관심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상화폐 관련 잘못된 정보, 잘못된 주장에 대한 소모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부디 다음 칼럼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소의 특성과 역량을 다뤄, 몇 달에 걸친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소 시리즈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하여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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