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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차르’·‘황제’ 이어 터키엔 ‘술탄’ 탄생…세계 정치 신권위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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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에르도안 대통령, 24일 대선 승리로 ‘21세기 술탄’ 등극

중 시진핑, 러 푸틴에 이어 ‘스트롱맨’들 거침없는 진격

세계 정치, 영광·민족주의 집착 ‘신권위주의 시대’로

터키·러시아·중국, 100년 전 패망 육상제국 후예 공통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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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권좌를 지켜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21세기 술탄’으로 등극했다. 최장 2028년까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초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임 제한을 폐지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4선에 성공하며 2024년까지 임기를 확보했다. 2018년은 유라시아대륙 ‘스트롱맨’들이 장기 집권의 발판을 확고히 다진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25일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득표율 52.54%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 후보 무하렘 인제는 30.68% 득표에 그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새벽 수도 앙카라의 정의개발당(AKP) 당사 앞에서 “선거의 승자는 시민 8100만명 한 사람 한 사람”이라며 “선거 제도와 결과에서 (자신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그림자를 드리우지 마라”고 말했다. 야당 쪽이 제기하는 불공정 선거 의혹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투표율(88%)을 언급하며 “터키는 전세계 민주주의에 교훈을 줬다”고 주장했다. 함께 치른 총선에서도 정의개발당과 그 동맹인 민족주의행동당이 600석 중 343석을 차지했다.

2003~2014년 의원내각제 아래 총리를 역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부터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2016년 7월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진압한 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했다. 지난해 4월에는 권력 구조를 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고치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 의회 동의 없는 비상사태 선포권, 부통령·각료·사법부 인사권까지 부여했다. 행정·입법·사법 3권을 휘두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기 위축과 장기화되는 시리아 내전 등 안보 불안을 내세워, 원래 내년 11월로 예정됐던 대선을 1년 반이나 앞당기면서 이번 승리를 거머쥐었다.

터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재선이 가능하다. 그런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정 헌법의 효력은 이전 임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새로 시작되는 임기부터 따져 재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23년 대선에서 다시 승리하면 2028년까지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 종신 집권을 넘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러시아와 중국 최고지도자는 ‘절대권력’ 굳히기에 잇따라 성공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에 4선에 성공한 뒤 ‘차르’(제정러시아 황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그 직전에 헌법에서 연임 제한을 폐지한 뒤 만장일치로 재선출됐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 군사위원회 주석, 국가주석까지 임기 제한 없이 당·정·군 권력을 모두 꿰차며 ‘황제’ 자리에 앉았다.

이들 3개국은 패권국가로 군림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국가주의적 시각을 노골화하고 있다. 모두 100여년 전 패망한 육상제국의 후예들이다. 공격적 대외 정책을 추진하고, 내부적으로는 반정부 세력을 호되게 탄압한다. <뉴욕 타임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터키의 협력, 이라크와 시리아의 정세, 유럽으로 유입되는 이민자 통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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