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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금리인상 역풍…금융株 시총 17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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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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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올해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유럽이 연말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등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매년 금리가 오를 때마다 수혜주로 꼽혀왔던 금융주가 예상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4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린 뒤 일주일 새 시가총액이 17조원 이상 사라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선진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신흥국 자본 이탈 우려 가능성이 커졌고 업종별로 정부 정책과 경쟁 심화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 은행, 증권, 보험사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 1일 400조8843억원에서 12일 416조5229억원으로 늘어났다. 미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새벽 미 연준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보여주는 점도표까지 상향했는데, 금융주 시가총액은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했다. 14일 409조3245억원에서 22일 392조1989억원으로 불과 7거래일 만에 17조원 이상 허공으로 날아갔다.

세부 업종별로는 은행과 증권 시가총액이 각각 4772억원, 1조8170억원 감소했고 보험 또한 시가총액이 57조3800억원에서 56조5557억원으로 80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 밖에 기타 금융업 시가총액도 305조1366억원에서 291조1296억원으로 14조원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IT)와 화학업종 시가총액이 각각 8조7067억원, 4조8305억원씩 줄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종목별로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8.90%, 7.99% 떨어졌고 신한지주(-6.35%)와 삼성생명(-5.66%), 하나금융지주(-4.57%) 등도 약세를 보였다.

본래 금융주는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 확대, 역마진 축소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주가 또한 따라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 업종의 경우에는 2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고용, 물가, 수출 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비관론과 대출금리 산정체제,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은행주를 대거 순매수했던 국내 기관은 대출금리 산정체계 재편 소식이 전해진 21일 이후로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여기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한 보유세 개편안을 공개하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출금리 조작 사건과 함께 보유세 강화 논의는 은행주 투자심리 위축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재산세,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의 변화가 예정돼 있어 부동산이 은행 수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과거 대비 지속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 감소 등 최근 주택시장 조정 양상이 길어질 경우에는 오히려 대출 성장과 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증권 업종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은행(IB) 부문 수익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다만 주요 수입원인 브로커리지 수익이 국내외 주식으로 다변화하고 운용 마진 상승, 파생결합증권 발행시장 호조 등에 힘입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보험 업종은 최근 저축성보험 판매 급감과 경쟁 심화로 인한 사업비 부담 등이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대리점(GA) 경쟁 심화로 인한 사업비율 상승과 자동차보험 경쟁 심화 등으로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손해보험주 실적을 압박했고, 금리 상승으로 이차 역마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던 생명보험주는 보험 절판 효과가 소멸하면서 오히려 지난 1분기 매출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금리 상승 때는 생명보험주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삼성생명은 심리적 지지선인 10만원대가 일시 붕괴됐고, 한화생명은 신저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금융주는 널뛰기 장세 속에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은행 업종에서 KB금융을 필두로 DG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등이 1~3% 내외 상승했다. 증권 또한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유진투자증권 등이 2% 이상 올랐다. 반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0.50%, 1.08% 떨어졌고 흥국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도 동반 하락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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