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 발급 이어 운전 허용
18년 전 이미 미국에서 운전을 배웠던 한 여성은 이날 자정이 지나자마자 제다의 도로를 질주하며 “내 나라, 내 고향에서 운전을 하게 되는 날이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나는 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더 이상 (남성) 운전자의 자비를 구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사우디 경찰은 경험이 없는 여성 운전자들을 보호하고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전날부터 전국 도로 곳곳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여성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전담하는 인력과 전용 유치장도 마련했다. 자동차업체들도 여성 전용 상담 전화와 여성 직원만 배치된 대리점 등을 속속 선보였다. 현재 사우디에서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여성은 2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2020년까지 300만명의 여성이 도로를 누빌 전망이다.
‘여성 운전 허용’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회·경제 개혁 계획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지난해 9월 여성의 운전 허용 발표 이후 운전면허 취득 바람이 불었고, 지난 4일부터 여성에 운전면허증이 발급됐다. ‘비전 2030’ 계획에 따라 올 초 35년 만에 상업영화가 허용됐으며 지난 4월엔 일부 사업장에서 남녀 동반 근무가 허용되기도 했다. 여성의 운전도 허용되면서 여성 인력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아랍뉴스는 전했다.
그러나 사우디에서 지난달 후견인 제도 등을 반대한 여성인권운동가들이 체포되는 등 “사우디의 남녀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사우디의 후견인 제도는 여성들에게 해외여행이나 결혼 시 남성보호자의 동반이나 허락을 강제하고 있다. 사회 요직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 역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낮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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