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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서점 부활? 누가 '거짓'을 출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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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서점업계는 지금 춘추전국시대를 지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승부의 추는 기운 지 오래. 하지만 생존을 내건 서점들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독서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 서점의 미래를 밝게 점치기는 어렵다. 미디어가 말하는 '서점의 부활'은 현실 속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거짓'을 출판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점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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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은 도서 비중을 줄이고 문구류 등의 비중을 늘리는 생존전략을 취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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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은 도서 비중을 줄이고 문구류 등의 비중을 늘리는 생존전략을 취했다.[사진=뉴시스]

침체에 빠져있던 코엑스몰을 부활시킨 '별마당 도서관', 연남동ㆍ해방촌 등 젊은층이 붐비는 동네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독립서점'. 미디어 속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을 알리는 듯하다. 하락세를 걷던 오프라인 서점은 정말 부활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규모를 떠나 서점들은 지금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별마당 도서관은 영풍문고가 신세계로부터 위탁운영하고 있다. 7만여권의 도서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개방형 도서관으로, 개장 후 1년간(2017년 5월~2018년 5월) 2500만명이 다녀갔다. 코엑스몰은 별마당 도서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공실률이 7%에서 0%로 떨어졌고, 주변 매장의 매출액은 30% 이상 증가했다. 서점의 집객 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최근 새로 출점하는 대형쇼핑몰의 중심에 대형서점이 들어서는 게 공식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영풍문고 코엑스점은 별마당 도서관이 개장한 뒤 크게 쪼그라들었다. 코엑스몰 지하 1~2층 2645㎡(약 800평)에 있었던 영풍문고는 지난 2월 절반 규모의 매장으로 이전했다. 기존 영풍문고가 있던 자리에는 신세계의 전문점 '펀스토어'가 6월 중 입점한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별마당 도서관과 가까운 위치로 옮겨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다르다. 코엑스몰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미나씨는 "서점 규모가 절반 이하로 작아지면서, 도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미디어들이 설파한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대형서점의 출점은 늘었지만 그 규모는 작아졌고, 도서 비중도 줄었다. 대형서점 3개사(교보문고ㆍ영풍문고ㆍ반디앤루니스)의 매장수는 총 84개(2018년 1월)로 2015년(63개) 대비 33% 증가했다. 하지만 도서만 판매하는 매장은 거의 없고 음반ㆍ문구류의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교보문고 합정점의 경우, 전체 1550㎡(약 469평)중 661㎡(약 200평)가량이 문구류를 판매하는 핫트랙스 매장이다. 온라인 서점과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대형서점이 도서 유통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는 방증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면서 "고객을 오프라인 서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형서점 3사의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다. 1994~1998년 3.2%이던 영업이익률은 2010~2016년 0.6%로 감소했다.

생계의 벽에 부딪힌 독립서점

최근 열풍이 분 독립서점의 상황은 어떨까. 독립서점은 주인이 큐레이션한 책을 판매하는 소규모 서점이다. 기존 서점과 달리 개성 있고, 주인과 고객이 소통하는 분위기가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독립서점은 277곳(퍼니플랜ㆍ2017년 독립서점 현황조사)으로 이중 158곳이 수도권에 있다. 하지만 2년 내 폐업률은 7.2%(20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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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운영자들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중소서점을 위한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은 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서점의 신규 출점시 1년간 초ㆍ중ㆍ고 참고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중소서점 매출액의 57.5%(경기연구원)가 참고서에서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유예기간이 지나면 중소서점은 최소한의 울타리마저 잃게 된다. 중소서점 업계가 "대형서점의 참고서 판매만이라도 금지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탁상정책으로 중소서점 살릴까

이처럼 서점들이 각자도생을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구는 감소하고, 긴 텍스트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독서인구가 증가하지 않으면 서점도 약한 고리부터 잠식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대웅 서울출판예비학교 교수는 "독립서점의 경우 큐레이션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콘셉트를 명확하게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중소서점은 지역과 밀접하게 교류해 문화 명소로 자리 잡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모바일을 통해 많은 텍스트를 소비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책의 정의를 새롭게 해 모바일 내에서 책을 소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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