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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소년은 왜 수용소로 갔나…'부랑아 수용소' 선감학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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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국가폭력의 산물" 경찰·공무원이 아동 납치…구타당하며 강제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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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1963년 늦가을, 큰누나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던 9살 소년은 서울역 앞에서 경찰에게 붙들려 경기도 선감학원으로 보내졌다. '부랑아'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소년은 5년 동안 농장과 작업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다. 부족한 밥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채워야 했다. 김영배 선감학원 아동피해자 대책협의회 회장의 일화다.

◇인권위 "선감학원은 인권침해·국가폭력 산물"

'부랑아 수용소'라고 불렸던 경기도 선감학원이 심각한 아동인권침해와 국가폭력의 산물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권위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열고 인권을 참혹하게 잣밟았던 선감학원의 민낯을 공개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가 이날 발간할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경기도 안산 선감도에 설립돼 1982년까지 국가 부랑아 정책에 따라 부랑아 강제 수용시설로 사용된 곳이다.

복장이 남루하거나,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4691명의 아동이 이곳에 강제 수용됐다. 아동들을 선감학원으로 끌고 간 사람은 다름 아닌 '경찰'이나 '공무원'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선감학원에 수용된 아동의 41%는 8~13세였다. 이들은 염전, 농사, 양잠, 석화, 양식장 등으로 보내져 강제노역을 강요받았다.

중노동에 시달렸지만 늘 굶주렸다. 인권위는 "선감학원은 아동들에게 꽁보리밥이나 강냉이밥, 소금 간장, 젓갈 등만 제공했다"며 "양마저 절대적으로 부족해 아동들은 열매, 들풀, 곤충, 뱀, 쥐 등을 잡아먹었고 그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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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에 4700여명 납치…쓰레기 뒤져 연명

또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들은 한번 선감학원에 수용되면 3년 이상 생활해야 했고, 학원 종사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구타를 받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생존자들은 30년이 넘은 현재까지 장애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가 생존자 28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는 선감학원에 수용되기 전 가족과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체 아동의 75%는 경찰이나 공무원이 조달했고, 이 중 71.4%는 3년 이상 수용 생활을 했으며 퇴소자 50%는 구걸이나 부랑생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던 아이들을 국가가 직접 부랑아로 만든 셈이다. 인권위는 "이들의 최종학력은 초졸이하가 82%였으며, 현재 40%의 피해자는 경제적 수입이 100만원 이하로 조사됐다"고 국가폭력의 결과를 고발했다.

이대준 피해생존자는 "1967년 아홉살에 선감도에 납치돼 들어왔다"며 "방과 후 친구들과 시장구경을 하고 있는데 경찰이 '뭐 먹고 싶으냐'고 묻더니 강제로 납치했다"고 참혹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Δ선감학원의 역사와 인권침해 실태(하금철 비마이너 기자) Δ선감학원 사건과 지역사회(김갑곤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위원회) Δ선감학원 사건의 해결방안(여준민 인권활동가)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된다.

인권위는 "이 토론회를 계기로 선감학원의 강제수용과 인권침해의 생생한 실태를 확인하고 지금까지 고통받는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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