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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Her 스토리] ‘밀입국자 격리’ 옹호한 미혼 국토부 장관, 여론 집중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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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밀입국자의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을 적극 옹호해 온 커스틴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민정책 주무 부처 수장인 닐슨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밀입국자 가족 격리’ 정책을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이 정책을 시행한 뒤 국내외에서 ‘비인도적’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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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틴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20일 불법 밀입국자 자녀 격리 정책을 철회하는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해 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미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BC뉴스


◇ 존 켈리 최측근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낙점…“국토 안보 베테랑” 평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닐슨을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 이민 정책과 국경 보호, 재난 대응과 항공 보안 관리 등을 책임진다.

닐슨은 전 국토안보부 장관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최측근이다. 켈리 실장은 트럼프 내각의 핵심 실세다. 닐슨은 켈리 실장이 국토안보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그의 수석보좌관을 맡았다. 닐슨은 켈리 실장과 함께 지난해 7월 백악관으로 입성할 때 비서실 부실장을 지내다가 공석이었던 국토안보부 장관에 최종 낙점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닐슨이 장관으로 발탁된 배경에 켈리 실장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닐슨은 변호사 출신으로,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국토안보부에서 근무했다. WP는 “닐슨은 안보 관련 경험이 풍부하고, 초당파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닐슨을 ‘모든 위험 징후에 통달한 국토 안보 베테랑’으로 표현했다.

백악관도 닐슨이 장관으로 지명된 뒤 그를 “국토안보 정책과 전략·사이버안보·핵심 인프라·비상관리 등 부문에서 광범위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닐슨의 장관 취임식에서 국경 안보 문제와 관련, 멕시코 장벽 건설과 입국자 규제 강화 정책 등을 강조했다.

◇ 닐슨, 트럼프 행정부 ‘무관용 정책’ 적극 옹호

닐슨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밀입국자 자녀 격리 수용 정책에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적극 방어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밀입국자의 자녀들을 강제로 격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해 국내외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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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틴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 18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보안관협회 연례 회의에서 말하고 있다. /타임


닐슨은 지난 18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보안관협회 연례 회의에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며 “우리의 일을 하면서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하겠다고 맹세했다”고 말했다.

닐슨은 불법 밀입국자 아동을 격리한 시설이 열악하다는 보도에 “언론을 믿지 말라”며 “이 미성년자들을 매우 잘 돌보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격리 시설은) 미국 내 최고 수준의 표준에 따라 운영된다”며 “식량과 의료, 교육 등 밀입국자 아동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닐슨의 발언에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미 언론들은 닐슨이 가족 격리를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WP는 “닐슨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의 공식 얼굴이 됐다”고 보도했다.

닐슨은 이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빈축을 산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똥통(shithole)’으로 지칭해 파문을 일으켰다. 닐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WP는 “닐슨은 명백히 트럼프의 가장 든든한 수호자 중 하나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 트럼프, 20일 밀입국 가족 격리 정책 철회…닐슨 비판 목소리 거세져

트럼프 대통령은 밀입국자 자녀 격리 정책을 비난하는 국내외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한다는 행정명령에 20일 서명했다.

그러나 닐슨 장관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타임지는 이날 닐슨 장관이 행정명령의 초안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불과 3일 전 커스틴 닐슨 장관은 국경에서 가족들을 분리하는 정책은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오늘 그녀는 자신이 없다고 말한 정책을 끝내라는 트럼프의 서명을 위한 초안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닐슨은 지난 17일 트위터에 “가족을 위해 난민신청을 하려면 법을 위반하면서 불법적으로 밀입국을 할 필요가 없다”며 “국경에서 가족을 격리하는 정책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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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틴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19일 워싱턴의 한 멕시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CNN


닐슨 장관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지난 19일 워싱턴의 한 멕시코 식당에서 저녁 식사 중인 닐슨 장관 바로 앞에서 ‘수치심!’이라고 반복하며 “당신도 엄마가 아니냐”, “밤에 잠은 어떻게 자는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만약 아이들이 평화롭게 먹지 못한다면, 당신도 그럴 수 없다” 등 구호를 외쳤다. 시위자들은 시위 장면을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영상 속 닐슨 장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인 ‘헤비닷컴’에 따르면 현재 닐슨 미혼이며, 자녀도 없다.

닐슨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의원은 19일 CNN과 인터뷰에서 “닐슨의 신용은 조각났다.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NBC뉴스는 이날 13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닐슨 장관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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