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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도서관이 한옥이면 시 같은 하루가 허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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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첫 한옥도서관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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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소망한다.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내 삶에 한 줌의 특별함이 깃들기를. 어느 영화 속 배경에서, 어느 소설 속 주인공처럼, 한 편의 시와 같은 하루가 허락되기를.

청운동 자하문로 언덕길을 따라 걷다보면 그러한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줄 비밀스러운 숲속의 장소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2014년 11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한옥 공공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사진)이다. 도서관 처마 끝에 고인 인왕산 자락이 한 폭의 수묵화이자 어머니의 자장가가 되어 지친 마음을 보듬어준다.

경치가 주는 울림도 크지만 2015년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 대상을 받으며 공간의 우수성 또한 널리 인정받았다. 도서관 1층의 한옥 지붕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수제 기와를, 담장 위에 얹은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재개발지역에서 철거한 한옥 기와 3천여 장을 가져와 사용했다. 전통 건축의 명맥을 잇고 장인의 혼이 담긴 보석 같은 공간으로 꾸리기 위함이다.

도서관 터에는 본래 공원관리사무소로 사용하던 낡은 2층짜리 양옥 건물이 있었는데, 종로구가 2010년부터 도서관 조성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던 중 이곳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하며 변화를 맞았다. 인근에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 등이 있어 여기에 시·문학에 특화된 도서관을 함께 세운다면 종로구의 문학 인프라에 완성도를 더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2014년 11월 지하1층, 지상1층 규모의 ‘쉼’이 있고 ‘문화’가 있는 특별한 한옥도서관이 탄생했다.

시·문학 특화 도서관답게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문학서적을 소장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인문학 강연을 비롯해 시·문학 창작 교실, 작품 낭송회, 국내 문학 작품·작가 중심의 기획 전시 등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민들은 물론이고 국내외 관광객도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 한옥 공공건축물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조상의 지혜와 정신이 숨 쉬는 한국적인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며 켜켜이 쌓인 마음속 짐을 내려놓았다면, 앞서 말한 윤동주 시인과 만남을 준비해보길 추천한다. 청운문학도서관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위로 난 계단을 따라가면 그가 시상을 다듬었던 ‘시인의 언덕’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걸으면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든 ‘윤동주문학관’도 만나게 되리라. 이곳에는 시인의 일생이 담긴 귀한 사진 자료들과 친필 원고, 즐겨 보던 책의 표지 등이 있어 ‘어떤 마음으로 이런 시를 썼을까’ 하고 가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던 삶의 조각조각을 역시 반추해본다. 팍팍한 일상을 밝혀줄 마음속 별이 뜨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지난하게만 느껴지던 내 인생이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혜민 종로구청 홍보전산과 주무관

사진 종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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