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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은행들 '이자놀이' 제동...금감원, 금리 산정체계 공개로 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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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결과 발표 "가산금리 산출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놀이’에 제동을 걸었다. 대출금리를 어떻게 정했는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걸 자세히 지켜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다 문제를 발견하면 강력한 제제가 뒤따를 것도 암시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와 향후 감독방향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2~3월 9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가 적정하게 산출됐는지 실태를 점검했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찔끔, 대출금리는 팍팍 올리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중앙일보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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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19개 은행은 11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6년보다 8조7000억원은 더 벌었다.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난 덕이다. 지난해 은행들이 거둔 이자이익은 37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번 돈으로 은행들은 후하게 인심을 썼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최대 기본급의 3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정규직 남자직원들에게 평균 지급한 연봉은 모두 1억원을 웃돈다. 주주들에게는 배당금을 안겼다.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ㆍ씨티ㆍSC제일 등 6개 시중은행은 2조7756억원을 배당했다. 2011년(3조1808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들 은행은 외국계 은행의 100% 자회사이거나 주주의 70% 안팎이 외국인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은행 인건비와 전산처리비용 등), 위험프리미엄(고객의 신용등급 평가), 목표이익률(마진율), 가감조정금리(본점ㆍ영업점 전결 등)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가산금리다. 은행들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영업비밀을 이유로 가산금리가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내 대출금리 상승폭이 더 가파른 이유도 가산금리에 있다.

대출금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같은 이유로 2012년 11월 ‘대출금리 산정에 관한 모범규준’이 제정됐다. 하지만 검사 결과, 일부 은행에서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례가 확인됐다.

시장상황 변경 등 합리적 근거없이 가산금리를 올린 경우가 발견됐다. 목표이익률은 은행이 연초 경영목표를 세우면서 설정하는데 중간에 내부위원회 심사도 없이 목표이익률을 올린 은행도 있었다. 소비자가 승진으로 신용도가 올랐다며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더니 기존에 받던 우대금리를 축소해 대출금리를 그만큼 낮춰주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향후 대출금리 산정체계 및 운용이 불합리한 은행에 대해서는 업무개선을 지도하기로 했다. 또, 가산금리와 목표이익률이 합리적ㆍ체계적으로 산정ㆍ부과되도록 모범규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금감원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정보제공 강화다. 금감원은 대출금리가 어떻게 산정되는지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하고 은행간 비교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은행은 소비자에게 ‘기준금리 1.7%, 가산금리 2.5%’ 처럼 최종 값만 공개했다. 앞으로는 가산금리 2.5%가 왜 나왔는지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소비자는 이 내역을 보고 은행이 부당하게 금리를 올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은행별로 각각의 우대금리 항목, 예를 들어 월급통장 지정 등에 얼마를 깎아주는지 등을 소비자가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지만 대출금리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그 과장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건 은행 마음이지만 어떻게 그 금리가 나왔는지를 앞으로는 여럿이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은 예견된 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임원회의에서 “대출금리는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지만 산정 과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윤 원장은 15일 시장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금융회사가 수준 높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해 가계, 중소기업과 고통을 함께해야 한다”며 금융사의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과도한 수익 추구를 당국이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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