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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데스크에서] NBA도 집어삼킨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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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성현 여론독자부 차장


얼마 전 미국 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4연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준우승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는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라는 르브론 제임스가 버티고 있었지만 결정전에선 힘을 못 썼다. 대조적인 팀 컬러, 코치진의 지략(智略) 대결과 더불어 올해 결정전에서는 눈을 끄는 변화가 있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TV가 사상 처음 후원사를 맡은 것이다. 심하게 말해서, 챔피언 결정전 내내 중계 화면에는 세 가지만 선명하게 부각됐다. 선수들과 응원하는 팬들, 그리고 유튜브의 붉은색 로고였다. 유튜브 측은 "NBA와 우리가 파트너가 된 것은 '슬램 덩크(호쾌한 덩크 슛)'와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 실감 났다.

전자(電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최근 영국 프로축구인 프리미어리그 중계에 나섰다. 아직 한 시즌에 20경기를 중계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진출하는 분야마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장을 집어삼킨다고 해서 '아마존드(amazoned·아마존에 의해 파괴되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아마존은 지난해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들여 미국 프로 미식축구(NFL) 목요일 경기 중계권을 사들였다. 애플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각 이끄는 콘텐츠 제작사와 제휴에 나섰다. 유튜브·아마존·애플 등의 공세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인터넷 TV (IPTV) 등은 '구시대 유물'로 내몰릴 판이다.

미국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아예 방송과 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매주 드라마 1~2편씩 방영이 아니라 '전편(全篇) 동시 공개' 같은 화끈한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드라마 다음 편을 목 빠지게 기다리며 '본방송' 을 고수하는 시청 방식은 옛 풍경이 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영화와 드라마, 스포츠까지 휴대전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해 한국 시장 전체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 투자를 공언한 금액 80억달러(약 9조원)는 국내 최대 미디어기업인 CJ E&M의 5년 매출액에 해당한다. CGV 같은 영화관이나 Btv 같은 인터넷 TV가 넷플릭스의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안타깝게도 한국 방송·통신업계는 적폐 청산을 둘러싼 정쟁(政爭)에 한쪽 발목이 붙잡혀 있고, 다른 쪽 발목은 지난 세기의 낡은 산업 구분에 바탕한 규제에 붙들려 있다. '이중 족쇄' 때문인지 과거 회귀와 현상 유지는 넘쳐도 미래 지향적 프로그램은 잘 보이지 않는다. 거대 미디어 재편기를 우리는 정쟁과 규제로만 허송할 건가.

[김성현 여론독자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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