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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가슴으로 읽는 동시] 까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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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까치밥은 까치밥

참새가 먹어도 까치밥

까마귀가 먹어도 까치밥

직박구리가 먹어도 까치밥

그냥 둬도 까치밥

―이재순(1951~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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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까치밥이 이래도 저래도 까치밥이네. 까치밥은 까치만 먹는 줄 알았다. 참새나 까마귀, 직박구리는 안 먹는 줄 알았다. 다른 새들이 먹으면 까치밥이 아닌 줄로 여겼다. 어떤 새가 먹어도 까치밥이네. 달랑달랑 까치밥, 배고픈 새들의 밥이네. 안 먹고 그냥 둬도 까치밥이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따낸 생각이고 시이다.

시를 쓸 때는 같은 사물이라도 이렇게 달리 보고 달리 생각해야 하는데, 쉬이 안 된다.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면 새로움과 신선함을 얻는데. 관념 탈피는 시를 맛나게 요리하는 데 쓰이는 좋은 조미료이다. 연과 연 사이에 ‘까치밥’을 사다리로 걸쳐 얽은 리듬감으로 시가 노래처럼 찰랑거리고, 읽는 이의 맘을 부드러이 어루만진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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