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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근로시간 단축 땐 버스기사 8000명 부족한데… 국토부 "노선감축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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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道에 "감축·폐지 신청 받지마라" 업계 "사람 뽑으면 서울로 이직"

"일단 7월에는 현행 버스 운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 주세요."(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

"기사가 부족하면 차를 세울 수밖에 없죠. 고용노동부 조사받고 나중엔 감옥 갈까 무섭습니다."(전북 A버스업체 대표)

조선일보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 회의장. 근로시간 단축 관련 업계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찾은 국토부 관계자들이 다음 달부터 버스 기사들의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으로 줄더라도 노선 축소 등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자 버스업체 대표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근로시간이 줄어 버스 기사가 부족해지면 운행 감축은 불가피하다" "(근로시간 초과에 대해) 당장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약속 없이는 버스 운행 유지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20일에야 정부는 7월부터 적용되는 근로기준법(근로시간 단축)을 어기더라도 처벌은 6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그 하루 전날까지 국토부는 처벌 유예에 대한 명시적인 약속 없이 '어떻게든 7월 중에는 문제가 표면화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만 버스업체 측에 요구해왔다. 국토부 측은 최근 열린 시도 교통국장 회의에서도 "7월에는 버스업체의 노선 감축·폐지 신청을 받아주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장에 모인 5~6개 버스업체 대표들은 "농어촌 버스(군 지역 운행)와 시외버스는 특히 기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 농어촌 버스 업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사가 30명가량 더 필요하다"면서도 "어렵게 젊은 사람들을 뽑아도 1~2년 경력을 쌓고는 자녀 교육 여건 등이 좋은 도시로 나가버려 (근로시간 단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외지에서 숙박하는 경우가 많은 시외버스 기사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 기사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다음 달 1일부터 버스 기사는 주 68시간, 내년 7월부터는 주 52시간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제한된다. 올 7월부터는 8000명, 내년 7월엔 1만5000~2만명가량의 버스 기사가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올 2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추가 확보된 버스 기사는 전국적으로 950여명 정도다. 이마저도 대부분 서울(350여명)과 경기도(300여명) 등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버스업계에선 "서울에선 버스 기사를 당분간 못 뽑게 해주면 안 되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국토부에선 "당장은 운행 횟수 감축·노선 폐지는 안 된다"고 했지만, 업체들은 "이참에 이용객이 적은 노선은 폐지하고, 운행 횟수도 적당히 줄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또 "(버스 운행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요금 인상이나 정부·지자체 차원의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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