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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주형식의 형형색색 월드컵] 멕시코의 러시아 침공? 모스크바로 4만명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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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월드컵 보려고 4년간 돈 모아" 열광적 응원으로 경기장 장악… 한국전에 3만여명 응원할 듯

조선일보

"멕시코가 러시아를 침공했다(Mexico has invaded to Russia)."

2018 월드컵이 한창인 러시아에선 요즘 이런 우스갯소리를 쉽게 듣는다. 월드컵에 출전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러 온 멕시코 팬들이 모스크바 거리 곳곳을 점령한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실제로 모스크바 거리를 돌아다니면 10명 중 두세 명은 초록색 대표팀 유니폼에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쓴 멕시코 사람들이다. 얼마 전 도심에서 일어난 택시 돌진 사고 피해자들도 멕시코 사람들이었다.

바다 건너 비행기를 타고 17시간 가까이 걸리는 월드컵 대장정에 나선 이들은 평소 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같은 초록색 팬을 만나면 오랜만에 가족과 재회한 듯 열광하며 "멕시코! 멕시코!"를 외친다.

FIFA(국제축구연맹) 조사에 따르면, 현재 모스크바에 모인 멕시코 팬만 약 4만명이라고 한다. 멕시코 방송사 '텔레비자'의 아우렐리오 기자는 "오직 월드컵을 보기 위해 4년 동안 돈을 모은다는 팬이 많을 정도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에밀리오(32)씨는 멕시코시티에서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다음 "결혼 전 열리는 마지막 월드컵을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1년간 모은 돈을 다 털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열광적 응원은 지난 18일 독일과 F조 1차전이 열린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잉글랜드나 러시아 못지않게 과격하기로 잘 알려진 멕시코 팬들은 독일 선수가 공을 잡으면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야유를 퍼부었다. 몇몇 팬은 선수를 자극하는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 때문에 멕시코 축구협회가 FIFA 징계를 당할 위기에 놓이자 자국 대표 선수들이 "욕 대신 유행가를 불러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멕시코는 경기장을 압도한 팬들의 열렬한 성원 속에 지난 대회 챔피언 독일을 1대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콜롬비아 출신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 대표팀 감독은 "홈 이점을 느끼게 해 준 멕시코 팬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하필 '더 많은 응원'의 다음 표적이 23일 밤 12시 2차전 상대인 한국이다. 1차전 때 스웨덴의 2만 노란 물결 속에 휩싸였던 한국은 2차전에서 엄청난 초록색 '열기'를 견뎌내야 한다. FIFA 관계자는 "3만여명의 멕시코 팬이 2차전 경기 장소인 로스토프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스토프 아레나의 수용 인원은 4만5000명이며, 이미 표가 동난 상태다. 멕시코 팬들은 20~22일 3일간 집중적으로 모스크바발 로스토프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한 멕시코 팬은 "요즘 모스크바 길거리에서 멕시코 사람을 만나면 '로스토프에서 곧 만나자'는 게 인사가 됐다"며 "로스토프가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 악마는 약 70명의 회원이 개별 이동 후 로스토프에서 집결한다. 현지 교민들이 가세해도 그 수가 많지 않을 전망이다.

[모스크바(러시아)=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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