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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16년전 서울의 '검은 표범'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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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2002년 세네갈 8강 이끈 시세… 감독으로 폴란드에 2대1 승리

미국 유명 래퍼 스눕독처럼 땋아 내린 레게머리. 셔츠에 재킷만 걸쳐도 모델 같은 스타일.

세네갈의 알리우 시세(42) 감독은 외모부터 튄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32개국 사령탑 중 유일한 흑인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연봉(약 2억5000만원)은 대회 참가국 지도자 중 가장 낮지만 "피부색은 (감독직을 결정 짓는) 요인이 아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조선일보

알리우 시세 세네갈 감독이 20일 폴란드전 승리를 확신한 듯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왼쪽). 그는 16년 전 한·일월드컵 개막전엔 세네갈 대표로 출전, 프랑스를 꺾고 환호했다(오른쪽). /FIFA·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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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감독이 이끄는 세네갈(세계 27위)은 20일 H조 1차전에서 톱 시드 국가인 폴란드(세계 8위)를 2대1로 눌렀다. 전반 37분 이드리사 게예(29·에버턴)가 날린 중거리 슈팅이 상대 수비수의 발에 맞고 꺾이며 골문 안으로 들어가 선제골을 뽑았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15분엔 음바예 니앙(26·토리노)이 쐐기골을 넣었다. 그는 폴란드 수비수가 골키퍼에게 백 패스한 공을 가로채 골로 연결했다. 시세 감독은 경기장 내 카메라를 바라보며 주먹을 쥐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세네갈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 중 유일하게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앞서 조별 리그 1차전을 치른 이집트·모로코·나이지리아·튀니지는 모두 졌다. 시세 감독은 "전술적·감정적으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 우리 대륙을 위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에게 이번 대회는 두 번째 월드컵이다. 데뷔 무대였던 2002 한·일월드컵 땐 세네갈 대표팀 주장이었다. 개막전에선 동료와 함께 1998대회 챔피언 프랑스를 1대0으로 누르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세네갈은 8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2010년의 가나와 함께 아프리카 국가가 역대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의 성취였다.

2002년은 세네갈에 월드컵의 환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슬픔도 안겼던 해였다. 그해 9월 26일 세네갈 정부의 여객선 'MS 줄라(Joola)'호가 서아프리카 감비아 근처 해안에서 운항 중 폭풍을 만나 침몰한 사고가 일어났다. 정원(580명)을 세 배 이상 넘긴 승객 1863명을 태우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컸다. 줄라호는 파도에 뒤집히고 나서 5분 만에 가라앉았다. 생존자는 64명에 불과했다. 희생자 중엔 시세 감독의 이모, 사촌 등 친척 9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버밍엄시티에서 뛰던 시세는 참사 소식을 들은 뒤에도 웨스트햄과의 리그 경기 출전을 자원해 2대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세네갈로 건너간 그는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쏟았다.

시세 감독이 16년 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세네갈엔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여럿 포진해 있다. 잉글랜드 리버풀 소속인 사디오 마네(26)는 얼마 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벌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시세 감독은 "언젠가 아프리카 팀이 월드컵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는 그럴 능력이 있고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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