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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강산이 두번 바뀌고…미륵사터 서탑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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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아시아 최대·최고령 백제 석탑

100t 넘는 콘크리트 일일이 떼고

옛 부재 활용 윤곽선 복원하는 등

20년 걸친 ‘수리보수 대장정’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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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까지 복원 전체 공정을 사실상 마무리한 익산 미륵사터 석탑의 동북쪽 측면 모습. 이제 닫집을 걷고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만 남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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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닫집에 들어가자 누르스름한 옛돌과 하얀 새돌이 모자이크처럼 짜맞춰진 옛 탑의 새 자태가 나타났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인 1400년전 백제 미륵사터 서탑(국보 11호)의 수리된 모습은 새로 쌓은 요새나 성벽을 떠올리게 했다.

20일 오전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산 기슭의 미륵사터 서탑 수리복원 현장은 취재진들로 붐볐다. 국내 단일문화재 수리공사로는 가장 긴 20년동안 탑의 ‘보수정비사업’ 을 벌여온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최종 성과를 보고하는 설명회를 열고 올봄 수리를 마친 탑을 내보였다.

공개된 탑의 세부를 보면, 아래쪽에 새 부재(신재)들이 많이 들어간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단부 갑석은 신재를 써서 새로 만들었고, 1층, 2층의 옥개석(지붕돌)과 옥개받침석도 상당수 신재로 충원됐다. 100t 넘는 콘트리트 덩이를 일일이 떼어내느라 3년 이상 걸렸다는 서쪽 경사면은 신재와 옛 부재를 절반 정도씩 섞어 쌓으면서 성벽 모양으로 사면의 윤곽선을 살렸다. 10여년간 사업을 진행한 박현용 학예사는 “옛 부재 재활용률을 80%선까지 올렸지만,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재로 기단부 쪽에 새 구조물을 만들어 채워넣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옛 부재와 신재 비율이 65대 35로 신재가 좀더 도드라지는 모양새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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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선 석탑보수정비단장이 익산 미륵사의 서탑 앞에서 기단부를 가리키며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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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전반 백제 무왕 때 지어진 미륵사터 서탑은 1672개의 부재로 이뤄진 높이 14.5m의 탑이다. 안으로 쏠린 초석기둥과 기둥 사이를 잇는 수평부재인 인방 등 백제 목조건축의 얼개와 축조 기법이 석탑에 반영된 독특한 양식을 띠고 있다. 조선 후기 이래 절반 정도 허물어진 채 6층 일부까지 남아 있었는데, 1915년 일본인들이 붕괴된 서쪽 경사면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보강한 채로 약 90년을 버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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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전 미륵사터 석탑의 남동쪽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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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안전진단 결과, 콘크리트가 노후화하고 탑의 구조적 불안정으로 붕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1999년 문화재위원회에서 해체수리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해체·발굴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2009년에는 석탑 1층 첫번째 심주석 구멍에서 백제 무왕 때인 639년에 대신 사택적덕의 딸인 왕후가 발원해 건립했다는 발원문과 사리(부처나 고승의 유골)를 봉안한 용기인 금속제 사리장엄구가 발견돼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연구소는 수리 기간 내내 학술·기술 연구, 구조보강 및 보존처리 작업 등을 벌였고, 2013년부터 재조립 공사에 들어가 2017년 12월 남은 6층까지 모든 조립 공정을 끝냈다. 원래는 2008년까지 해체 및 복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10년 이상 공기가 늘어났다. 해체 과정에서 백제시대의 원형은 기단부와 1, 2층 정도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벼락·풍화 등으로 붕괴가 되풀이되자 원형을 상실한 채 간신히 탑모양을 유지해온 사실이 드러나 수리 범위를 두고 적지않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공사비용도 애초엔 80억원이었으나 고증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부재 접합, 신재료 등의 수리기술을 개발하는 등 변수가 생겨 결국 230억원이 들었다.

20년이 걸린 미륵사 탑 보수정비 사업은 국내 단일 문화재 수리 공정으로는 최장기간 기록을 세웠다. 연구소 쪽은 “조사 및 수리 과정을 치밀하게 진행해 국내외 석조문화재 수리의 새 기준을 세웠다. 원래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해 문화재 진정성을 확보하고 과학적 연구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 점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수리현장은 7월 중순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7월 말부터는 탑을 에워싼 닫집 등 가설구조물의 철거작업에 들어간다. 주변 정비까지 끝나는 12월에는 복원된 석탑의 온전한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배병선 석탑보수정비단장은 “무왕의 왕후가 639년 서탑에 사리를 봉안한 지 1380주년이 되는 내년 3월 12일 석탑 수리 준공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산/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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