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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문예회관, '대관업체'에서 '제작극장'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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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연예술포럼, "막대한 재원 투입, 역할·책임 확대해야"

연합뉴스


(서귀포=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전국 문예회관(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연장)이 200여 곳에 달합니다. 건립비도 많이 들지만 운영에도 많은 공적 재원이 투입되죠. 모든 문예회관을 단일 시설로 본다면 문예회관 운영비가 예술지원에 투입되는 공적 재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은 20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공연예술포럼에서 "현재 투입 중인 예술지원 관련 공적 재원의 효과는 문예회관 성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문예회관 역할과 책임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공연예술포럼은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된 행사로, 문예회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 실장이 '새 예술정책 기조와 문예회관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발제 연설에 나섰고 이유리 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 소홍삼 의정부예술의전당 본부장, 김태관 제주아트센터 공연기획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에 소속된 문예회관은 총 213곳.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부터 제주아트센터까지 위치와 규모 등이 모두 다르다.

다만 문예회관들이 국고 지원 환경 아래 우후죽순 지어지다 보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도 상당수다. 건물만 지어놓고 놀리다시피 하는 일도 많다.

공연·전시 기획 전문가 부족, 시설 낙후, 지자체장들의 이해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 실장은 "문예회관은 지역에서 예술이 생산·유통되는 대표적인 거점 공간"이라며 "모든 예술은 문예회관으로 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 역할의 중요함에 비해 개별 문예회관을 들여다보면 많은 취약점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예회관의 창작, 기획,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관련 전문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라며 "문예회관 상주단체 프로그램 활용,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 협의체 조직을 통한 문예회관 간 교류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문예회관이 자생력 구축을 위해 '대관업체'에서 '제작 극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통 및 소비 기능의 공연장 역할을 극복하고 시민과 전문 예술가, 지역 예술단체, 정부 기관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개발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2년 이상의 장기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공연 콘텐츠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지금의 1년 단위 지원 체제 아래서는 제대로 된 콘텐츠가 탄생하기 어렵다"며 "한문연 등 운영 기관을 선정해 콘텐츠를 공모·선정하고, 이를 토대로 개발된 작품을 전국 문예회관에서 투어 공연할 수 있는 구조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 실장은 "공공자원의 배분과 운용을 담당하는 모든 문화예술기관은 지난 정부 블랙리스트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공공지원 기관의 경우 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공정성,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원 중심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 본부장은 "문화향유 기회 확대 등의 기조 아래 다수 프로그램이 예술 소비자에게 무상 공급되고 있다"며 "이는 '문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확대하면서 공연생태계를 든든히 떠받칠 유료관객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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