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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비난을 찬사로… '욕받이 수비수' 김영권의 온몸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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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관중 함성에 선수들 소통 힘들어" 예선 때 발언으로 질타 받았지만 팬들 스웨덴전 육탄방어에 박수

한국대표팀 수비수 김영권(28·광저우 헝다)은 '욕받이 수비수'였다.

조선일보

김영권이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몸으로 공을 막아내고 있다. /정재근 기자


전체적으로 약한 한국의 수비 라인이 골을 먹거나 위기를 허용할 땐 늘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향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8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0대0으로 비긴 뒤 "시끄러운 관중 함성 때문에 선수들이 소통을 못 해 힘들었다"고 했다가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올 3월 유럽 엔트리 원정 명단에서는 이름이 빠졌다가 월드컵행이 유력했던 김민재(22·전북 현대)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8일 스웨덴전을 지켜본 한국 팬들은 그에게 욕과 비난 대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투지가 팬들의 가슴을 건드렸다. 중앙수비수로 선발 출장한 김영권은 전·후반을 풀타임으로 뛰며 다리로, 가슴으로 상대의 공격을 육탄 저지했다. 그는 전반 18분 스웨덴의 그란크비스트가 2대1 패스로 수비진을 허물고 결정적인 슛 기회를 잡자 반 박자 빠른 태클로 공을 걷어냈다. 약간 늦었더라면 페널티킥을 허용할 뻔했던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김영권은 전반 29분에는 스웨덴의 코너킥으로 시작된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오른쪽 다리를 쭉 뻗어 스웨덴 공격수 베리의 대포알 슛을 막아냈다. 김영권의 '허벅지 수비'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실점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의 육탄 수비에 스웨덴 선수 여럿이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했다.

김영권은 이날 총 4차례 태클을 시도했다.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2차례 결정적 위기를 막아내는 등 순도는 높았다. 그와 함께 후방 저지라인을 구축했던 다른 수비수들이 불안한 모습을 남겼기에 그의 분투가 더욱 빛났다.

김영권은 자신의 월드컵 출사표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죽기로 싸우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처럼 스웨덴과의 경기 후 "막지 못하면 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싸웠다"고 말했다.

한국은 남은 2, 3차전에서 김영권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박주호가 1차전 때 부상을 당해 잔여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더군다나 멕시코는 스웨덴과 달리 공격수들이 '총알 탄 사나이'처럼 스피드가 빠르고 결정력이 좋다. 후방에서 상대 공격수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같은 역할을 김영권이 해내야 한다. 그가 스웨덴전처럼 멕시코전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펼쳐야 한국에도 일말의 역습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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