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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철창·아이들 울음소리… 부모와 생이별시킨 '美국경 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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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격리시설 드러나 "비인도적 상황" 보도 잇따라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가 걸린 중남미 출신의 부모로부터 어린 자녀들을 강제로 떼어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고발하는 녹음테이프와 사진 등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를 통해 18일 공개된 한 녹음테이프에선 카리브해 출신 부모들과 강제로 헤어진 4~10세의 아이들이 "마미(엄마)" "파파(아빠)"를 찾아 울부짖었다. 미 국경경비대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아주 오케스트라네. 지휘자만 있으면 되겠다"고 빈정대는 소리도 담겼다. 이 테이프 속에서 엘살바도르에서 온 한 6세 여아(女兒)는 연거푸 울음을 삼키며 이모의 번호를 불러주며 전화하게 해달라고 한 경비대원에게 애원했다. "이모가 절 데려갈 수 있을 거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이 테이프는 멕시코와 접한 미국의 한 국경 지역 수용시설에서 몰래 녹음된 것이다. 이 테이프를 입수한 한 인권변호사는 "테이프 속 아이들은 부모와 헤어진 지 24시간이 채 안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멕시코에서 뗏목으로 두 나라 사이 리오그란데강을 통해 밀입국하려다 걸린 엄마 곁에서 우는 한 온두라스 꼬마 아이의 사진을 전했다. 엄마가 국경경비대원으로부터 몸수색을 당하는 동안 아이는 겁에 질려 위를 쳐다보며 울었다.

밀입국 부모로부터 강제 분리된 미성년자들을 집단 수용하는 텍사스주 국경 매칼런의 '철창' 시설도 17일 미 연방 상·하원 의원들에게 공개되면서 큰 논란이 됐다.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과 AP통신은 "가로세로 30피트(약 9.1m)쯤 되는 철망으로 갇힌 공간마다 약 20명의 아이가 있었고, 물병과 감자칩 박스, 담요로 쓸 포일(foil·알루미늄 포장지)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최근 6주 동안 미국 국경에서 적발돼 부모와 강제로 떨어진 아이들은 약 2000명. 이들을 위한 수용시설이 포화 상태라 미 국경경비대 측은 한낮 기온이 섭씨 40도에 오르는 텍사스주 사막에 10개의 텐트촌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까지 가세해 '비인간적인' 가족 분리를 비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민주당이 만든 법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와 ABC 방송 등은 "밀입국 부모로부터 미성년 자녀를 강제로 떼어내는 법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밀입국 초범(初犯) 부모에 대해서도 강력한 형사처벌이라는 '무관용(無寬容·zero tolerance)' 정책을 채택하면서, 부모가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면 미성년 자녀를 분리·보호하는 미국 내 절차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만 밀입국 부모로부터 미성년 자녀를 떼어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호주·캐나다에선 난민 신청 절차를 밟는 동안, 한 가족이 수용시설에서 함께 지낸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녀 분리' 정책은 밀입국 시도 외국인들에 대한 '억지(抑止)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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