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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조선족의 우상' 조남기 前 중국 정협 부주석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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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국 군부와 정계에서 최고위직을 지내 '조선족의 우상'으로 불린 조남기(趙南起·91·사진) 전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17일 베이징에서 별세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홍콩 봉황망도 중국 인민해방군 상장(上將·대장급)과 정협 부주석(군사 대표·1998~2003년)을 지낸 고인의 별세를 알리며 "한국서 태어나 자라고 중국으로 건너온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다.

1927년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난 그는 13세 때 독립운동가인 조부와 부친을 따라 이주해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현에 정착했다. 1945년 공산당 동북군정대학 길림분교에 입학해 장교 교육을 받고 인민해방군에 입대했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인민해방군 장교로 평더화이 사령관의 통역을 맡았다. 러시아어 통역을 맡았던 마오쩌둥 전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과 한 숙소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는 "전쟁 끝나고 김일성 주석이 '통일 과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으나 사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1960년 지린성 옌볜(延邊)군구 정치위원(사단장급)으로 승진했지만, 한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에는 승진을 앞두고 좌천되며 수년간 연금당했다.

1973년 복권된 그는 1987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군수 물자 공급, 건설, 의료 지원 총괄) 부장과 중앙군사위원을 거쳐 1988년 군 최고 계급인 상장에 임명됐다. 17명의 고급 장성 중 유일한 소수민족 출신이었다.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원장을 거쳐 중국 소수민족 출신 최초로 정협 상무 부주석(부총리급)에 올랐다.

[홍콩=배준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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