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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젊은 무슬림, 잠재적 범죄자 취급…근거 없는 ‘예멘 난민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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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예멘 난민’ 몰리자 일부 “일자리 얻으러 왔나”

온라인서 “혈세 지원 안돼”…‘난민 거부’ 청와대 청원도

우리도 한때는 ‘전쟁 난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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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이 500여명에 이르자 난민 반대 여론 및 난민 혐오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슬람국가(IS) 테러범이 속해 있다’ ‘성폭행범 등 잠재적 범죄자’라는 글이 돌고 있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예멘 난민을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청원까지 다수 올라오면서 난민 혐오 감정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예멘 난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 “남성 대다수…잠재적 범죄자?”

제주 예멘 난민들은 젊은 남성들이 다수지만 여성과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 549명 중 남성은 504명(91%)이다. 이 중 20대가 307명으로 가장 많고, 30대(142명)가 뒤를 이었다. 여성은 45명으로, 미성년자(18명)가 많다.

20~30대 남성 난민이 많은 까닭은 2015년부터 내전 중인 예멘에서 군인으로 징집되거나 학살당하는 1순위가 이들이기 때문이다. 난민의 특성상 남성이 먼저 와 자리를 잡은 뒤 가족을 불러오는 형태가 많은 것도 남초현상의 또 다른 이유다.

젊은 무슬림 남성이 많다는 것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IS 테러범도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김성인 제주 예멘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이 유일하게 남은 삶의 마지막 끈인데,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끈을 스스로 놓는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결국 일자리 얻으러 왔다?”

예멘 난민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주하는 이들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피해 온 이들이다. 전수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아무리 전쟁을 피해서 왔다 해도 최소한 밥벌이는 해야 먹고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난민신청자들은 신청 이후 6개월간 취업이 금지된다.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조차 받기 힘들다. 실제로 예멘 난민들은 제주 게스트하우스, 여관 등에 숙소를 구해 모여 살고 있다. 돈이 떨어진 이들은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기도 한다. 최소한의 생계수단조차 막아놓다 보니 생활고를 겪는다.

300여명이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심사를 통과해 지급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예멘 난민신청자의 의료 및 생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나서야 취업 제한 규정을 풀고 난민들에게 어업·양식업 등의 일자리를 소개했다.

■ “한국이 난민을 도울 정도인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예멘 난민 한 명당 혈세 138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글이 등장했다. 일부에선 “과연 한국이 난민을 도울 정도로 풍족한 사회인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법무부 고시를 보면 올해 기준 난민 생계비 지원액은 난민지원시설 비이용자의 경우 1인 가구당 월 43만2900원이다. 지원시설을 이용할 경우엔 절반 수준(21만6450원)으로 낮아진다. 생계비 신청을 해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책정된 예산이 적다보니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지난해 생계비를 받은 난민은 436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체가 난민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주 4·3사건 때 죽음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도민, 일제강점기 중국에 망명했던 ‘정치난민’ 조선인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전쟁 당시와 그 이후엔 국제원조를 받기도 했다.

<이재덕·이유진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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