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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사설] 문화계 여성 60%가 성폭력 경험··· 법ㆍ제도적 예방책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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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에 위계에 의한 성희롱ㆍ성폭력이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프리랜서나 계약직 등 고용 형태가 불안할수록 성희롱ㆍ성폭력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구성ㆍ운영하는 ‘문화예술계 성희롱ㆍ성폭력 특별조사단’은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화예술계 종사자 전체 응답자(3,718명) 가운데 여성 응답자(2,478명)의 과반인 57.5%(1,429명)가 성희롱ㆍ성폭력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프리랜서 계약직 정규직 등의 순으로 성희롱ㆍ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많았다. 분야별로는 연극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연예, 전통예술, 만화 및 웹툰, 영화, 미술, 음악, 문학, 무용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성희롱ㆍ성폭력이 이뤄지고 있다. 가해자는 선배 예술가이거나 기획자 감독자 교수 등이었다. 피해자의 87.6%가 이를 참고 넘긴 이유는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이후 활동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미 문화예술계에서는 유명 연출가와 배우 등 성폭력 가해자가 구속되거나 자살하는 등 문화권력의 민낯이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빙산의 일각’이었다. 남성중심적인 풍토에서 연출자나 감독 등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데다, 문화계의 독특한 도제시스템 등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성희롱ㆍ성폭력에 관대한 분위기도 문제다.

문화예술계에서 성희롱ㆍ성폭력이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현실이 확인된 이상 전담기구 등을 구성해 피해 확산을 막는 것이 시급해졌다. 여성 예술가의 지위와 권리를 원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권력형 성폭력 문화에 철퇴를 가하고 문화예술계 전반에 양성평등 문화를 안착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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