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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취재파일] MB 재판 ⑥ - "타자기 한 대 사는 것까지 MB한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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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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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금씩 잊히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전직 대통령 구속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5월 3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됐지만, 검찰 조사를 거치며 웬만한 것들이 다 나와 별로 새로울 게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수사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던 피고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 논리가 팽팽하게 맞붙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기도 합니다. 법정에서 진실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겁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20여 년 이상 제기된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의 진실에 좀 더 다가서기 위해 재판 실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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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5회 공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에 없이 비틀거렸다. 호송차를 타고 내릴 때, 법정에 들어설 때는 교도관의 부축을 받았다. 재판 도중에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던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다스는 형님 것"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다스 설립 과정부터 그랬다.

검찰(2018년 6월 15일, 5회 공판)

"김성우(前 다스 사장)의 진술이다. 김성우는 피고인(이 前 대통령)에 대해 치밀하다 못해 너무도 철저하신 분이라고 진술했다. 자신이 창업준비 할 때도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나 싶은 세밀한 내용까지도 다 챙기셨다고 하면서 타자기 한 대 구매하는 것까지 다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것은 김성우가 철저했다기보다는 피고인이 워낙 세밀하게 자금 지출에 대해서 챙겼기 때문에 보고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검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에 시장 공관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다스의 경영보고를 했고, BBK에 대한 다스의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했다. 다스의 경영 보고를 받고 의사 결정을 한 것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검찰(2018년 6월 15일, 5회 공판)

"(김성우는) 경영현황 보고 횟수를 묻자 셀 수도 없이 많이 했고, 서울시장 관사에도 7~8번 이상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서울시장 관사에는) 피고인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인 2003년 1~2월경에 경영현황 보고를 위해 갔었고, 그 후로도 계속 연초와 연중에 수시로 관사에 갔었다고 진술했다. 관사에 있는 큰 테이블에서 본부장들과 함께 수시보고를 드렸다고 진술했다."


"(김성우는) 다스 임원들의 보직 직책은 모두 피고인이 결정했다고 진술했다. (BBK 투자는)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송금하라는 직접 지시를 받고 다스에서 돈을 만들어서 190억 원을 송금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다스에 유보금이 꽤 남아 있어서 유보자금과 어음 등을 통해 마련한 190억 원을 BBK에 송금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다스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차량을 지원받은 것, 그리고 다스의 법인 카드를 사용한 것과 관련된 진술도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호의로 자동차와 법인 카드를 받아서 이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진술은 달랐다.

검찰(2018년 6월 15일, 5회 공판)

"(김성우는) 다스에서 피고인에게 에쿠스 차량을 지원한 적이 있냐고 질문하자 그런 사실이 있다며, 2000년대 초반쯤 에쿠스가 처음 출시됐을 무렵 피고인이 직접 자신에게 전화해 에쿠스 한 대를 사서 올려보내라고 해서 다스 자금으로 에쿠스 차량 한 대를 현대자동차 경주사업소에서 구매해 갖다 줬다고 진술했다. 그 대신 피고인이 타던 다이너스티 차량을 경주로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법인카드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서울시장이 되기 전쯤 자신에게 법인카드 하나 발급해 올려보내라고 지시해 그렇게 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다스 협력사 '금강'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이라는 의심을 받은 이영배 금강 대표는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2018년 6월 15일, 5회 공판)

"(김성우에게) 금강에 대해서 질문하자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차명 회사로 생각한다고 진술하면서 2003년에 금강이라는 회사를 차렸고, 그때 피고인에게 경영 보고를 할 때 다스에서 생산하던 고부가가치 품목을 금강에서 이관시키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하였다고 설명했다. (중략) 솔직히 경주 바닥에서는 다스가 피고인 회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한번 터지면 일파만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대선에서 큰 품을 품던 피고인이 다스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나오는 등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서 금강으로 선회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김성우는 진술했다. (김성우는) 실제로 과거 검찰이 다스를 수사했지만 금강은 피해갔다고 진술했다."


김성우의 진술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진술만 있을 뿐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공관에 김성우가 왔다는 것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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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 대통령(2018년 6월 15일, 5회 공판)

"서울시장 공관에 실무자가 와서 보고했다고 하고, 김성우가 7~8회 정도 공관에서 보고했다고 하면서 공관에 십여 명이 앉는 탁자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검찰이 공관에 안 가본 것 같다. 서울 명륜동 공관은 서울시 외곽에 일제시대 일본 사람들이 명륜동 성관을 헐고 거기에 가옥을 지었다. 일본식으로 너무 가볍게 지어서 (중략) 계단 올라가면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고, 마룻바닥도 소리가 났다. (중략) 서울시장 공관에서는 외부 손님이 들어와 본 적이 있다. 들어올 공간 자체가 없다. 탁자가 있다는 방은 한쪽에 있는데, (실제로) 서울시장 공관에 갔다 온 사람들은 그 집에서 귀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한다. 김성우가 7~8번 보고했다고 하면 낡아서 소리가 났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런 특징을 말하지 않는 것을 본 때) 공관에 안 와 봤다고 생각한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다스 임원을 임명한 적도 없고, 제대로 경영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우의 진술에 대해서는 김성우가 다스에서 밀려났던 일 때문에 감정이 상해서 없는 말을 지어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이명박 前 대통령(2018년 6월 15일, 5회 공판)

"이사나 상무, 부장 중에 내가 임명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내가 보낸 사람도 없다. (중략) BBK 특검이 끝나고 나서 인수위에 들어가서 바빴는데 이상은 회장 등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을 그냥 내쫓다시피 했다. 김성우 사장이 감정이 많이 상한 것으로 짐작한다. (중략) 아무리 엉터리 회사라고 해도 보고를 받았다는데 내가 대차대조표를 본 적도 없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을 비롯한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다스는 MB 것"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진술과 정황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기억에 없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스는 형님 것"라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검찰 진술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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