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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韓美, UFG 연합훈련 중단…北 구체적 비핵화 조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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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부가 8월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공식 중단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미·북 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지 1주일 만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된 이번 결정에 미국과 일본에선 대북 억지력이 약해질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의’의 제스처에 맞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 한·미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중단

미 국방부는 18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미군은 올해 8월 방어적 ‘워 게임(프리덤 가디언)’을 위한 모든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훈련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일치하며 동맹인 한국과 공조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도 8월 UFG 연습의 모든 계획활동을 유예한다는 내용의 별도 성명을 내고 추가 조치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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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 합의문에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이번 연합 훈련 중단 결정은 UFG에만 국한됐다. UFG와 함께 3대 한·미 연합 훈련으로 꼽히는 키 리졸브(KR), 독수리(FE) 연습은 해당 대상이 아니다. 화이트 대변인은 “우리는 여전히 추가 조치를 조정하고 있으며 그 다음의 워 게임에 대한 결정은 내려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주 중 국방부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은 내년 3~4월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중단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동안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한 만큼, 북한의 대화 태도와 의지를 봐가며 두 훈련의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워 게임’이라 부르며 이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돈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는 연합 훈련 중단은 자신의 제안이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럴 때마다 돈의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17일 트위터에 “워 게임은 매우 돈이 많이 들고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도발적이기도 하다”면서도 “대화가 깨지면 즉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썼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본 것처럼 계속 선의로 행동하는 한 대화는 계속되고 한·미 연합 훈련은 현 시점에서 일시 정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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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한·미 연합 훈련에 참가한 미 전투기 F-22 모습.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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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논리’ 내세운 결정에 비판 여론

비용과 연계해 대북 군사 정책을 느닷없이 바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미국 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발언은 미 국방부와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은 깜짝 발표로 전해졌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한·미 연합 훈련 취소 결정은 미 국방부를 놀라게 했으며 연합 훈련이 동맹국과의 효과적인 작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미국의 오랜 주장에 배치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 훈련을 중단하는 이유로 비용 문제를 거론하지만, 미 정부는 연합 훈련에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미 국방부는 한·미 연합 훈련의 비용 자료를 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크리스토퍼 로건 국방부 대변인이 ‘현재 훈련 비용을 계산하고 있다’고만 답했다”고 18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하는 수치를 제시하길 거부했다”며 “미군은 한국 바깥에서는 다른 훈련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UFG 중단은 한반도 이외의 태평양에서 진행되는 훈련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나 다른 태평양 주변 국가들과는 계속 훈련을 한다는 의미다.

UFG는 한·미가 매년 8월 실시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습이다. 지난해 UFG 연습에는 미군 1만7500명, 한국군 5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CNN은 “실용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대규모 연습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은 비실용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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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018년 6월 13일 서울에 도착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웃고 있다. /폼페이오 트위터


◇ 北 구체적 비핵화 조치로 이어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줄곧 요구한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주한 미군도 언젠가 철수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구체적 비핵화 조치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구체적 비핵화 방식이나 계획, 시간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 의도대로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몇 년간 끌려가게 될 경우 UFG 외에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도 중단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조만간 북한 고위급과 비핵화 후속 협상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한·미 연합 훈련 중단 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보답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주한 미군을 축소·철수할 가능성도 언급하는 만큼 한반도에서 미군의 존재가 약해지면 (대북) 억지력에 지장을 초래할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힘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17일 사설에서 “주한 미군은 북한의 한국 침략 저지뿐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막고 일본·대만 등 역내 민주주의 국가 보호를 위한 전진 배치의 기능을 한다”며 주한 미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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