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노인, 사망 확률 8배로 뛴다…새로 발병할수록 위험

치매 예방 교육을 받고 있는 노인. [중앙포토]

치매를 앓으면 지인ㆍ가족과의 교류가 점점 줄어든다. 식사를 거르거나 개인위생을 제대로 못 챙기는 일이 늘어난다. 기존에 앓던 각종 질환을 관리하긴 갈수록 어려워진다. 길을 잃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등 각종 사고 위험은 함께 커진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사망 위험이 실제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규명했다. 일반 노인과 비교하면 사망 확률이 최대 8배 이상으로 뛰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19일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2010~2015년 60세 이상 노인 6752명을 추적 분석한 결과다. 치매 발병과 사망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보완했다.

연구팀은 먼저 노인들을 ‘정상 인지’ ‘경도인지장애’ ‘치매’ 세 그룹으로 나눴다. 2010~2012년 기초 조사 결과 334명이 치매를 앓고 있었고 1874명은 경도인지장애, 나머지는 정상인 것으로 분류됐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망 위험을 비교했더니 치매 진단 노인이 정상 인지 노인의 약 2.7배에 달했다.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 노인도 정상 노인보다 사망 위험이 1.5배 높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분석 기간 중 치매 발병 인원.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연구 과정서 치매에 걸린 환자도 있었다. 원래 정상 인지거나 경도인지장애였던 노인 6418명 중 95명이 2012~2014년 새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치매가 아니었지만 새롭게 치매로 진단된 노인은 정상 인지노인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8.5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치매를 앓고 있던 노인보다 최근 2년 새 치매가 생긴 경우에 각종 사망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신체 질환이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시켜 치매 증세도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치매로 인한 부정적인 삶의 변화들도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치매는 노인의 삶과 건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약을 잘 챙겨 먹지 못 하는 등 기존에 앓던 질환이 악화할 우려가 커진다. 교통 신호를 확인하지 못해 무단횡단을 하는 등 교통사고 위험도 급증한다. 치매가 새로 발병한 경우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더 어렵다.

김기웅 교수는 "국내에선 2년 이내에 치매 진단을 새로 받은 노인들의 사망 위험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처음 치매로 진단받은 노인은 건강 상태에 대한 주기적 평가와 올바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노화와 질환'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