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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스페인 총리 "독재자 프랑코 유해 이장…화해 공간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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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 정부, 국가기념공원서 이장 선언…프랑코 측 "소송"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스페인 정부가 국가기념공원에 묻혀 있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유해를 발굴해 이장하고 그 자리에 화해를 위한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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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국가기념공원 '전몰자의 계곡'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달 초 취임한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46) 총리는 18일(현지시간) 현지 TVE 방송 인터뷰에서 "스페인은 국민을 갈라놓는 상징물들을 용인할 수 없다"며 이런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AP와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어 프랑코가 안장돼 있는 국립묘역인 '전몰자의 계곡'이 파시즘 항전 기념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르멘 칼보 부총리도 기자들에게 "의회에서는 이미 합의가 돼 있고, 우리가 할 일은 이를 적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 사회당의 오스카르 푸엔테 대변인도 "이제 목표는 이 장소가 독재자 용서가 아닌, 모든 스페인 사람에게 화해와 기억의 공간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의회는 지난해 당시 제1야당이던 사회당 주도로 프랑코의 유해를 이전하는 내용의 발의안을 표결에 부쳐 350명의 의원 중 198명의 지지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끌던 보수성향의 국민당 정부는 구속력 없는 이 발의안을 외면해 왔다. 이들은 프랑코의 통치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독재자의 유해를 이장하려는 시도는 몇 차례 저지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이 묘역에는 프랑코와 함께 1936~1939년 벌어진 내전 당시 양측에서 사망한 3만3천 명 이상이 묻혀 있다.

이 묘역에는 150m 높이의 세계 최대 규모의 십자가가 설치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으며, 프랑코는 내전에서 승리한 뒤 이 묘역을 조성하고는 국가 화해의 상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코 자신도 1975년 사망 후 거대한 바실리카 양식의 화강암 구조물로 된 특별묘역에 혼자 묻혔다.

보수파 인사들은 나라 곳곳의 묘역에서 이처럼 유해를 파내려는 행위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다시 들추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는데, 이날 산체스 총리는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아물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몰자 유족들도 내전 당사자인 프랑코의 유해가 내전 희생자들과 같은 장소에 안치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프란시스코 프랑코 재단 측은 정부의 움직임에 관해 소송으로 맞서겠다며 반발했다.

프랑코는 1936년 스페인 총선으로 인민전선 정부가 들어서자 쿠데타를 일으켜 3년간 이어진 내전에서 승리한 뒤 일당 독재국가를 수립했다.

1939년부터 1975년 사망 직전까지 집권했던 프랑코의 묘역은 스페인의 민주화 이후 끊임없이 정치·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돼왔는 데 이번 사회당 정부의 선언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1일 부패 스캔들과 관련, 의회에서 라호이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 뒤 2일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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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몰자의 계곡'의 프랑코 묘역[AP=연합뉴스 자료사진]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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